우울증을 앓던 아내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촉탁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생전 여러 차례 죽음을 언급하고 유서를 남겼더라도,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서의 요청은 법적으로 ‘자유로운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적용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4부(부장검사 류경환)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A씨(59)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달 12일 0시6분께 경기 안산시 자택에서 배우자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전후로 B씨가 처방받아 보관 중이던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아내가 여러 차례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B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발견되면서, 형량이 비교적 낮은 촉탁살인 적용 여부가 검토됐다.
그러나 검찰은 통합심리 분석과 의료 자문 등을 거쳐 B씨가 장기간 우울증을 앓으며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유서 역시 B씨의 자발적 의사라기보다 A씨의 설득과 개입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장기간 간병 과정에서 A씨가 정신적으로 소진돼 상황을 벗어나려는 동기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촉탁살인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촉탁살인은 피해자의 자유롭고 진지한 의사에 따른 명시적 요청이 있을 때만 성립하는 범죄로, 법원은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왔다.
단순한 하소연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서의 발언은 법적으로 유효한 촉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에게 형법상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어 촉탁살인보다 훨씬 무겁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의 생명 보호와 자기결정권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촉탁살인은 엄격한 요건 아래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며 “정신적 취약 상태에서의 요청까지 폭넓게 인정할 경우 오히려 보호가 필요한 생명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