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을 통해 금전을 받고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하거나 허위 사실이 담긴 전단을 살포하는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가 잇따르면서 수사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실행자만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유사 범행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대화방 운영자와 실제 의뢰인을 포함한 배후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조은수)는 지난 18일 명예훼손·주거침입·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지난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허위 사실이 적시된 전단을 살포하고, 현관문 등에 붉은색 래커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사적 보복을 의뢰받아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범행 대가로 7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텔레그램 대화방 ‘원한해결사무소’와는 별개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인물로부터 범행을 의뢰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텔레그램 기반 보복 대행 범죄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도 20대 남성이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현관문에 붉은색 래커칠을 하고, 피해자가 ‘아동 성폭행으로 복역 후 출소했다’는 허위 내용의 출력물을 살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체포된 20대 남성 B씨는 텔레그램 ‘원한해결사무소’에서 범행 지시를 받고 대가로 80만원 상당의 코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같은 달 24일 경기 군포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남성 C씨는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현관문 등에 래커로 낙서하고 협박성 문구와 흉기, 선지 등을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C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의뢰받았으며, 검찰 조사에서 “돈이 필요해 일자리를 찾던 중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실행자들이 텔레그램을 매개로 금전 대가를 받고 범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범행 수법도 주거침입, 래커칠, 허위 사실 유포, 협박성 물품 비치 등으로 유사한 양상을 띤다.
다만 실제 법 적용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범죄보다 주거침입·재물손괴·명예훼손 등 일반 범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9는 형사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한 고소·고발, 진술, 증언, 자료 제출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한 범행을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최근 사건들이 형사사건 관련 보복이라기보다 사적 분쟁에서 비롯된 범행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범행이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보복 대행 범죄가 분쟁 해결을 외부에 맡기는 방식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실행자와 의뢰인이 서로 얼굴을 모른 채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배후 추적에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일부 사건에서는 지시자와 실행자 사이에 중개자가 개입하는 등 조직적 양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흥신소나 사설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뤄지던 보복 행위가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의 익명성을 기반으로 더 쉽게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실행자만 검거하는 방식으로는 텔레그램 기반 보복 대행 범죄의 반복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의뢰인과 대화방 운영자를 포함한 배후 전반을 규명하고, 위장 거래나 범죄수익 박탈 등 선제적 대응 수단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익명 메신저를 통한 사적 보복은 외형상 단순 재물손괴나 명예훼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직화·상습화될 경우 사회적 위험성이 훨씬 커진다”며 “초기 단계부터 엄정 대응해 범행 연결망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