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약물 범죄’ 닮은꼴…20대 여성, 수면제로 남성 4명 노려

수면 틈타 4890만원 가로챈 혐의
'범죄 레시피' 확산…법 적용 한계

 

결혼정보업체 등을 통해 만난 남성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금품을 가로챈 사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범행 방식이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고인 김소영 사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면서 모방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강도상해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남성 4명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약 489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결혼정보업체나 지인 소개로 알게 된 남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약 한 달간 동거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음식이나 음료에 수면제를 넣는 방식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잠들면 휴대전화를 이용해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챙겼다.

 

A씨는 “수면제는 병원에서 공황장애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스스로 약을 복용했고 금품도 자발적으로 건넨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피해 남성이 잠에서 깬 뒤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유사 수법의 추가 범행 여부를 포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추정되는 수면제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수법은 약물이 든 음료로 피해자를 무력화한 뒤 범행을 저지른 김소영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물 종류와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경찰도 모방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 수법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SNS에서는 특정 약물 조합을 이른바 ‘김소영 레시피’로 부르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이를 찾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집에 있는 약으로도 가능하다”, “레시피가 공개됐다”는 반응을 보였고, “게시물을 보고 범죄를 따라할 수 있다”거나 “확산 전에 삭제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은 이 같은 정보 유통을 규제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9호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 조 제6호의4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마약류의 사용, 제조, 매매 또는 매매 알선 등에 해당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정보가 확산되는 SNS 특성상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정보 공유인지, 범죄 실행을 돕는 구체적 방법 제시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고 본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범죄 실행을 전제로 한 구체적 교사나 방조의 고의가 인정돼야 하는데, 단순히 정보를 공유한 수준만으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특정인을 상대로 범행을 돕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유통 관리 강화와 함께 온라인상 유해 정보 차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정보 공유라도 결과적으로 범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