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은 예전부터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실제로 수많은 난관이 있는 사건들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 결과를 만들어 왔다. 우리 로펌이 어떤 마법과 같은 기술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합의도 결국은 양 당사자의 이견을 조율하는 절차이고, 그만큼 기본이 중요하다. 합의를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담당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내용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소한 사실관계도 빠뜨리지 않아야 피해자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거기서부터 설득이 가능해진다. 흔히들 “서로 간에 금액만 맞으면 끝나는 것 아니냐?”, “합의금을 많이 마련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하시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부딪쳐 보면 그렇지 않다. 돈을 많이 제시하고도 합의에 실패하는 케이스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액이 아니라 상대방의 진정한 요구(needs)를 파악하는 것,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건 바로 사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성’이다. 필자는 대표 변호사로서 소속 변호사님들께도 늘 말한다. “어떤 사건은, 잘 쓴 변호인 의견서보다 한 장의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추징’과 관련해서 자주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추징’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한 차례 설명해 드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한 질문들에 답해드리고자 합니다. 추징이 선고되는 사건에서는, 범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피고인의 기존 재산까지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에 계신 분 중에는 당장 선고될 형량보다 추징금 문제를 더 걱정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제가 자주 받는 질문들을 위주로, 최대한 알기 쉽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이 추징 선고에 대비해 방향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제가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이 적발되어 대부업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면회 온 가족들이 제 계좌가 모두 정지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통장에 있던 돈은 쓸 수가 없게 되는 건가요? A. 질문자분의 경우에는 ‘추징보전조치’가 내려진 상황으로 보입니다. 추징보전이란 민사 절차로 치면 ‘가압류’와 유사한 개념인데요. 추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 피의자가 재산을 미리 빼돌리
Q. 안녕하십니까. 현재 남부구치소에 수용 중인 ○○○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최근 겪은 일에 대해 너무나 당혹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억울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절박한 저의 상황에 도움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는 2019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2020년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공무집행 방해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구속된 지 약 4개월쯤 되었을 때, 음주운전 건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나왔다며 재심을 신청하라는 서류를 받았습니다. 이에 재심을 신청했고, 기존 집행유예 사건이 재심 대상이 되었기에 저는 본형인 6개월을 복역한 뒤 출소하였습니다. 출소 후 3개월쯤 지나 2022년 7월에 재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전과 동일하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고, 2023년 특수상해죄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2023년 7월 13일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항소를
Q.안녕하세요. 제 죄명은 주거침입준강간입니다. 저는 전처와 10년간 결혼 생활을 하다가 이혼했으며, 이혼 후에도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면서 원만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에 취한 상태로 전처의 집에 찾아가, 전처가 잠든 사이 강간을 시도했습니다. 술에 취해 삽입까지는 이르지 않았고, 전처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전처는 수사 초기에는 삽입이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술에 취해 잠결에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라며 진술을 정정했습니다. 1심 재판 당시 전처와 합의를 마쳤고, 국선 변호사를 통해 합의서, 반성문, 탄원서 등을 제출했습니다. 변호인은 초범인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그 후 전처가 밖에서 부랴부랴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고, 항소심 재판부에 전처는 “그때 너무 놀라서 경찰에 삽입이 있었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실제로 삽입은 없었다”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육비가 끊기니 거짓 탄원을 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판단하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주거침입준강간은 합의가 모두 이루어져도 집행유예 없이 최소 형량이 징역 3년 6월인가요? 재판
혼인신고 저에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짧은 연애를 마치고 작년 1월 초 살림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이후 간단하게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뒤 아내를 만나기 전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간의 소중한 시간을 뒤로한 채 저는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는 ‘잠깐 거래처 좀 다녀오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내는 접견을 올 때마다 울기만 하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12년 차 띠동갑입니다. 아내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고, 저는 아내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다리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내는 되레 저를 나무랐습니다. '이런 일로 끝낼 거면 당신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마음 약해지지 말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수용 생활을 하면서 이혼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고, 저 또한 그런 경우를 많이 봐 왔기에 자신은 없었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아내 또한 늘 답장을 보내며 접견을 와 주었고, 저희는 사실혼 관계임을 인정받아 한 달에 두 번 전화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판에 재판을 거쳐 13개월을 쉼 없이 달려왔고
토끼와 거북이 나의 삶은 늘 거북이걸음처럼 느렸다.토끼처럼 빨리 가는 주위 사람들, 친구들이 늘 부러웠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세상을 살아봤자 토끼 뒤꽁무니도 못 쫓아간다는 마음이 늘 나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나는 토끼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불법을 저질렀고, 그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토끼처럼 빨리 갈 수는 없지만,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씩 내 길을 걸어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 하루도 행복을 위해 힘차게 걸어 본다.
어느 주말, 아들과 놀이터에 다녀온 아내가 물었다. “오빠, 혹시 유치원 가면 뭐 해?”“나? 조용히 스마트폰 보는데?”“몇몇 분이 민아(가명)를 알아보곤 나한테 ‘매일 아빠만 보는데 반갑다’면서 인사하시더라고.”“그래? 엄마를 처음 봐서 반가우셨나?”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했지만, 사실 당황스러웠다. 다른 엄마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니…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 아이 등·하원은 쉽지 않은 일이다.특히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는 그 몇 분간은 영원한 침묵이 흐르는 것 같다.간혹 친한 엄마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보통은 떠다니는 먼지가 바닥에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싶을 만큼 조용하다. 어색함을 피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맡긴다. 시간이 어서 지나기만을 바라다 보면 아이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드디어 탈출이다.’ 아이를 격하게 환영한다.손으로 쌍안경을 만들어 유리창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높이 들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느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 아빠가 눈에 띄는 건 당연했다.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어쩌면 엄마들도 나와 ‘학부모
Q. 오늘 배희정 변호사님을 모셨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지만 아직 얼굴도 이름도 처음 보는 독자분들을 위해! 한 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배희정입니다. 오늘은 개인 이야기가 아니라 형사사법 제도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최근 형사사건의 양상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메시지 기록, 통화 내역, 포렌식 자료 등이 사건 판단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증거 수집 절차의 적법성과 데이터 해석의 정확성이 중요해졌습니다. Q. 형사 절차와 가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때,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두 절차는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 절차는 범죄 성립 여부와 책임을 판단하는 과정이고, 가사 절차는 혼인 관계의 해소와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한 절차의 결과가 다른 절차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면서도, 각각의 사건에서 요구되는 증명 기준과 절차적 권리를 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