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에게 용서보다 여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대통령

12월 7일 오전 10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과보다는 야당에 대한 분노와 12월 7일 오후 5시 본회의 김 여사 특검,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의 대립, 여당의 독주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서 정부와 맞서며 주목받았고 국민들은 변화와 견제를 기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의 중심에 선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며 또 다시 정치적 대립 구도를 이어갔다. 과거 여당의 독주에 실망했던 국민들이 변화를 기대하며 선택한 정권이지만, 윤 대통령의 행보에 실망한 지지층들은 등을 돌리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12월 4일 국회에서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등 민감한 사안들이 의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택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결과였다.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는 국민들이 더 이상 1980년대와 같은 방식으로 통치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야당의 입법 독주나 정치적 폭주가 있어도, 국민은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했다.

 

야당보다 의석수가 적어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역할은 갈등 속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민심을 사로잡는데 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폭주를 저지하기 전에 국민과 소통하고 지지를 확보했다면 어땠을까? 국민이 대통령의 뒤를 지지하고 나섰다면, 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도 국민 스스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8년 만에 특수본이 다시 대통령을 겨누는 계기가 되었다. 국군방첩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특전사령부 등이 연루되며 특수본은 군검찰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될 특수본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했던 특수본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늘 담화는 민심을 잃고 궁지에 몰린 대통령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여당 의원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정권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민심을 잃은 결과가 어떤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