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에 따라 종합보험에 가입해 형사책임에서 면제받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별도로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31일 진로변경방법 위반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교특법에 따른 형사책임에서 면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공소제기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A씨의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은 파기됐다.
피고인 A씨는 차량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했다. 사고 당시 경찰은 A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진로변경방법 위반)으로 범칙금 3만 원과 면허벌점 20점을 부과했다. 또한 피고인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므로 교특법 위반으로는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피고인 A씨는 처음에는 범칙금을 납부했으나, 면허벌점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범칙금을 회수했다. 이후 경찰은 범칙금 미납을 이유로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즉결심판을 기각했고,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이에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요청했다.
원심 재판부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과실행위를 교특법에 따라 면책한 상황에서 이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별도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그러나 대법원은 "교특법에 따라 형사책임이 면제된 경우에도 도로교통법에 따른 처벌은 별개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제162조에 따라 피고인이 통고처분 대상자인 범칙자에 해당하며, 범칙금을 회수한 결과 후속 절차가 진행된 것일 뿐, 공소제기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교특법의 면책 규정은 교통사고에 따른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것이지,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벌이나 형사처벌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공소제기가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특법의 면책 범위와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명확히 구분했다.
교특법은 가벼운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에서 종합보험 가입자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는 취지지만,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 부과나 형사처벌은 이를 넘어서는 별개의 문제로 본 것이다. 대법원은 검찰의 기소권 행사와 관련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공소제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