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석방 제도를 투명화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적격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심사의 공정성과 납득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가석방 업무를 담당했던 한 교도관은 <더 시사법률>에 “죄질이 더 나쁜 강력범죄자들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반면,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가석방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정 죄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점을 내부 직원들도 인지하고 있으며, 수형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일부 강력범죄자들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모습을 보면, 수형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가석방 심사가 범죄의 성격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무부의 투명화 제고 조치가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법무부는 2021년 7월부터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취지였다. 다만 회의록은 속기록이 아닌 안건 의결 내용을 요약한 형태로 제공되며, 가석방 결정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열람할 수 있어 한계를 보인다.
여기에 더해 여론의 영향을 받아 특정 범죄에 대한 가석방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적 기준과 심사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힘이 가석방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공정성과 일관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역시 외부 위원들이 여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대중의 의견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수형자들은 재범 가능성보다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심사를 요구하고 있어, 수형자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과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여론을 배제한 가석방 결정이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키울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제도의 불확실성은 수형자의 재사회화 동기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복귀 이후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형자의 교정이라는 교정시설의 본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정 행정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문제다. 최근에는 필요적 가석방과 취업조건부 가석방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심사 과정이 더 복잡해진 상태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인력이나 시스템 개선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교정 직원들의 심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가석방 제도의 전반적인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사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가석방 여부를 통보할 때 탈락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수형자와 그 가족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송무심의관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예문정의 정재민 변호사는 이날 <더시사법률>에 “가석방 제도는 교정시설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고,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데 필수적”이라며 “가석방 대상자가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심사에 임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