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용자는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첫 접견은 맞선을 보는 셈이다. 물론 접견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보다 훨씬 무겁고 절박하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닮은 점이 있다.
첫째, 접견도 맞선도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둘째, 결혼 생활도 재판도 함께 겪어보기 전에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온전히 알기 어렵다. 셋째, 일단 함께 길을 떠나고 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
문제는 수용자에게 그 선택의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배우자는 여러 번 만나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구속 상태의 피의자·피고인은 반복 접견을 통해 여러 변호사를 비교하기 어렵다. 시간은 촉박하고, 사건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실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불만은 의외로 단순하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서면이 부실하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사건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모두 변호사 개인의 태도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구조적 요인도 작지 않다.
일부 로펌에서는 1~2년 차 변호사가 수십 건, 많게는 100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동시에 맡기도 한다.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사건 수를 감당하다 보면 기록 검토, 증인 신청, 법리 다툼 등에서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렵다. 그 결과 사건이 ‘충실한 방어’보다는 ‘관리’의 대상이 되는 위험이 있다.
결국 형사사건의 변론 품질은 단순한 명성이나 광고 문구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조력은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실제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역량, 그리고 그 사건에 투입되는 시간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담당 사건이 과도하면 개별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기록을 꼼꼼히 읽지 못하고, 의뢰인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며, 법리 검토가 깊어지기 어렵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상담한 변호사’와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가 다른 경우다. 의뢰인은 경력이 많은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선임을 결정하지만, 이후 실무는 경력이 짧은 변호사가 대부분 맡는 구조라면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로펌 경영 측면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수임을 전담하는 변호사와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를 분리하면 수익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라 충실한 방어다.
교정시설 안에서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정해야 하는 수용자에게는 선택권이 넓지 않다. 정보는 제한적이고, 시간은 부족하다. 그 결과 일부는 결과가 나온 뒤에야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판은 되돌릴 수 없다.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임 여부를 넘어 ‘충분한 시간과 역량이 투입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견은 맞선과 닮아 있지만, 다시 선택할 기회가 훨씬 적다. 그렇기에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선임 구조의 투명성과 사건 배당 방식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직역 문제가 아니라 사법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