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정재민의 변호사 다이어리] 맞선보다 접견이 어려운 이유

변호사 선택, 결혼만큼 어려워
고객 불만 구조적 문제일수도
사건 당 시간 많이 써야 좋은 결과
접견, 서면, 변론을 누가 하는지 차이

수용자는 접견을 해보고 변호사를 정할 때가 많다. 말하자면 첫 접견은 맞선을 보는 셈이다. 물론 접견은 남녀의 맞선보다 심각하고 무겁지만, 본질적으로 닮은 점도 꽤 있다.


첫째, 접견도, 맞선도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인연을 찾는 일이다.


둘째, 결혼 생활도, 재판도, 함께 길을 가보기 전에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셋째, 일단 함께 길을 떠나고 난 뒤에는 원상태로 무르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수용자 입장에서 좋은 변호사를 고르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맞선을 통해 배우자를 고르는 것보다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좋은 배우자감은 한 번 보고 확신이 안 들면 거듭 만나보면 되고 연애를 해볼 수도 있지만 변호사에게 마음에 들 때까지 접견을 거듭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원래 좋은 변호인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 같은 기계는 제각기 품질이 균일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제각기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로펌을 처음 설립할 때 홈페이지를 좀 잘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제작 업체를 찾는 일이 여간 막막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름이 너무 많이 떠서 고르기 어렵고, 지인 변호사들은 자신이 한 업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겨우 어떻게 어느 업체를 알아서 일을 맡겼지만, 이 업체도 거듭 약속을 어겨서 법인 설립 이후 한참 지나서야 홈페이지를 납품했고 그러고도 검색엔진에서 검색이 제대로 되는 데까지 한참 걸렸다. 그렇다고 중간에 업체를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한 많은 분들의 경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은 변호사는 일을 끝까지 함께 한 뒤에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적은 변호사일 것이다. 나는 로펌을 만들기 전에 부러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들어보았다.


가장 자주 듣는 변호사에 대한 불만의 순위는 이렇다. 1. 열심히 하지 않는다(내 사건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2. 서면이 너무 부실하다(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진짜 변호사가 쓴 거 맞나?). 3. 상담 이후에는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전화를 안 받는다. 주로 직원하고만 소통한다). 4. 연락이 되어도 사건 내용을 잘 모른다. 5. 실력이 없는 것 같고 못 미덥다.


고객에게 이런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변호사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아는 1년차 어쏘변호사는 파트너 지도를 전혀 받지 않은 채 100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혼자서 60~70건씩 진행했다는 어쏘변호사들은 많다.

 

혼자서 그 많은 사건을 하다 보니, 서면을 충분히 길게 쓰지 못하고, 다툴 것도 안 다투고, 증인 신청도 적게 하게 된다고 했다. 어려운 사건은 뒤로 미루다가 통상 1년쯤 버티면 탈출(이직)하는데 그러면 새로운 더 경력이 낮은 어쏘변호사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고 했다.


“변호사의 조력의 총량 = 변호사의 능력 X 사건에 투입하는 시간”이다.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라도 진행 중인 사건이 너무 많으면 개별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없다. 그러면 기록을 꼼꼼히 읽지 못하고, 고객과 소통을 피하게 되고, 서면을 충실히 못쓰고, 긴 변론을 준비하지 못한다. 그러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고 사건 결과를 운에 맡기게 된다.


위의 공식에서의 ‘변호사의 능력’은 ‘실제 일하는’ 변호사의 능력을 말한다. 고객이 위임 전 상담했던 변호사나 광고에서 본 변호사는 경력이 많은데 실제 대부분의 일은 경력 짧은 변호사가 혼자 다 처리한다면 고객의 기대는 엇나가는 것이고 비용도 과하게 책정되는 것이다.


사실 로펌 입장에서는 경력이 좋은 변호사가 영업만 하고(‘찍새’라 한다) 실제 일은 어쏘변호사가 도맡아 하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효율적이다.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가 종일 이곳저곳 모임에 참여하고 술을 마시면서 얼굴을 알려도 사건을 수임하기가 녹록치 않은 세상인데, 이들이 사무실에서 기록 읽고 서면 쓰고 있으면 수임 건수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려에서, 나는 의뢰인을 최대한 만족시키고 “실제 일하는 변호사의 능력 X 사건에 투입하는 시간”을 극대화하려 했다.


우선 내가 직접 서면의 상당 부분을 쓰고 변론 준비를 한다. 개별 건을 충실히 처리하고 고객들과 충분히 소통하기 위해 내가 맡고 있는 총 의뢰인 수를 20명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내가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골프, 술, 모임 참여 등 영업하러 다니는 시간을 없앴다. 대신 영업은 기존 고객에게 충실함으로써 그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주는 방식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소문을 듣고 다소 어려운 사건들을 들고 오는 분들이 많은데, 열심히 하니 코인발행인 사기 영장 기각, 50억 이상 특가(사기) 보석, 성범죄 삽입 부분 무죄, 정치인 위조 무죄, 민사소송에서의 잇따른 승소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