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헌정 질서를 흔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22일 만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선고는 22분간의 결정문 낭독 끝에 11시 22분, 대통령직 박탈이라는 최종 선고로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비상계엄 선포가 당시 국가적 존립을 위협할 만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부재했음에도 단행되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야당의 탄핵소추나 예산 감액 등 의회 권한 행사를 ‘국정 마비’로 규정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의 자정 장치를 무력화한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헌재는 국회의 권한 행사에 문제가 있더라도 탄핵심판이나 재의 요구 등 기존의 헌법적 절차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 역시 단순 의혹 제기에 불과해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 주장도 계엄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원리를 재확인했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권한을 행사하며 정치적 충돌이 발생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민주주의 절차 안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은 존중될 수 있지만 그 대응 방식은 헌법 질서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회와의 갈등을 병력 동원으로 해결하려 한 점에 대해 “국회를 협치의 대상이 아닌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민주정치의 전제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이 마련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대안으로 헌법개정안 발의(헌법 제128조), 중요정책 국민투표(제72조), 법률안 제출(제52조) 등 제도권 경로를 열거했다. 설령 야당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더라도 정당해산심판 제소(제8조 4항) 등 헌법이 예정한 범위 안에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절차적 위법성도 인정됐다.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없이 계엄을 선포한 점,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는 국회의 권한 행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은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위헌성, 군·경 동원을 통한 국회 활동 방해, 선관위 압수수색,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여부 등이었다.
헌재는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를 위반해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한 것은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국민 호소나 국가 정상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에 중대한 해악을 초래했다”며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고 사회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파면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