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를 앞두고 검찰 내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면서, 이른바 ‘탈(脫)검찰’ 흐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로펌 업계도 검찰 출신 영입을 위해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 나의엽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등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지검장의 사직은 ‘친윤’ 인사로 분류됐던 그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 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수뇌부의 사의가 향후 대규모 검사 이탈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보복성 인사와 조직 불안정성이 또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검찰 조직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 영장청구권 폐지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하고 있어, 대선 이후 ‘검찰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로펌 시장은 하반기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응에 나섰다. 부장검사급 핵심 인재의 대거 이탈을 대비해 일부 로펌은 연초부터 채용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다른 때보다도 이번 하반기 검찰 인사 때 핵심 인재들이 역대급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다”며 “주요 로펌 중에는 이를 대비해서 연초에 채용 규모를 축소한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펌 업계에서 검사 출신 선호도가 떨어진 탓에 대규모 영입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로펌들이 검찰 출신 영입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 경험이 풍부한 경찰 출신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로펌 업계 관계자는 “판사 출신은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았지만, 요즘은 검찰보다도 실무 중심의 변론이 가능한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며 “저희도 현재로선 검사 출신 영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