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변호사의 일기 (4)

 

즉, 왜 처음 선임하기 위해서 상담할 때 볼 수 있었던 대표 변호사나 파트너 변호사는 그 이후에는 연락이 안 되는지, 왜 변호사들이 내 사건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내 사건 내용도, 진행 상황도 잘 모르는 것 같은지, 왜 법정에서 변호사가 판사의 질문이나 상대편 변호사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증인 신문도 잘 못하는지, 왜 변호사를 찾는데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이 응대하는지, 왜 진짜 변호사가 서면을 쓴 것이 맞는 건가 의심스러운지 등의 답이 상당 부분 저런 구조적 현실에 있는 것이다.

 

“변호사의 조력량 = 변호사의 능력 X 사건에 투입하는 시간”이다. 변호사의 능력은 경력, 연차, 처리한 사건 수에 대략 비례한다. 

 

위 공식에서의 ‘변호사의 능력’은 상담만 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실제 일하는’ 변호사의 능력을 말한다. 고객이 처음 상담했던 대표 변호사나 파트너 변호사는 경력이 20년 차이지만 실제 대부분의 일은 1년 차 변호사가 한다면 그 1년 차 변호사의 능력이 조력의 총량을 결정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윤리적 문제도 초래한다. 환자가 의과대학 교수가 수술하는 줄 알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실제 집도는 대부분 1년 차 전공의가 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고, 바로 잡혀야 할 부분이다.

 

한편,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재판을 준비하지 못하면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다. 모든 변호사에게 똑같이 하루에 24시간, 한 달에는 30일만이 주어져 있다. 현재 진행하는 사건이 30건이면 그것을 30분의 1만큼 쏟을 수 있을 것이고 100건이면 100분의 1만큼만 쏟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명의 변호사가 동시에 100~200건 이상씩 진행하고 있다면 사실 제아무리 뛰어난 변호사라도 제대로 소송을 대리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어놓지 못한 채 그저 열심히, 성실하고 성의 있게 일하겠다고 다짐만 해서는 오래지 않아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변호사들과 별 다를 바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생각되었다.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의 사건만 맡는 것이다. 과다 수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의 사건’에 관해서는 변호사 1인당 20여 건 이하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이 되면 사건을 제대로 챙기고, 사전에 고객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서 서면에 반영하고, 증인신문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서면을 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변호사 조력량(= 실제 일하는 변호사의 능력 x 투입 시간)이 어쏘에게 100여 건씩 맡길 때에 비해 최소 열 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