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 비하, 실제 인물 침해 될까…법원 기준 제시

가상 캐릭터라도 동일성 인정 시 법적 책임 가능

 

버추얼(가상) 아이돌을 둘러싼 비하 표현이 실제 인물에 대한 명예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가상 캐릭터와 실사용자 간 동일성 인정 여부, 표현의 위법성, 손해배상 범위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사상 명예훼손은 민법 제764조에 따라 손해배상 및 명예회복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온라인 게시글이 사실 적시 형태일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규정도 문제될 수 있다.

 

반면 모욕이나 비하 표현의 경우에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의견표현의 범위를 넘었는지’가 위법성 판단 기준이 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가상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실제 인물에 대한 침해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법원은 실명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주위 사정을 종합해 해당 표현이 특정인을 지목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른바 ‘특정성’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환경에서 아바타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표현 수단이자 사회적 정체성으로 기능하는 경우, 아바타에 대한 모욕이 곧 실사용자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리도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법적 기준과 쟁점은 최근 법원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최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8단독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멤버 5명이 누리꾼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5명에게 각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SNS에 플레이브 멤버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이를 연기하는 실존 인물을 조롱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플레이브 측은 모욕에 해당한다며 멤버 1인당 650만원씩 총 325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플레이브는 가상의 캐릭터일 뿐 실제 인물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아바타는 단순한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이자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며 “아바타가 실사용자와 동일시되고, 이에 대한 모욕이 실제 인물에 대한 평가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 명예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가상 캐릭터를 매개로 한 표현에서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단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당 아바타가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고, 표현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실존 인물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표현의 위법성 역시 쟁점이 됐다. 법원은 게시글에 사용된 표현이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를 넘어 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제한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게시글의 내용과 표현 수위, 확산 정도 등을 종합해 원고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이는 청구액 대비 낮은 수준으로, 실제 소송에서는 게시물의 도달 범위와 반복성, 삭제 여부 등이 위자료 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온라인 콘텐츠 환경 변화에 따른 명예훼손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가상 캐릭터를 향한 표현이라도 그 뒤에 실존 인물이 존재하고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법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추얼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아바타와 실제 인물 간 동일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향후 유사한 명예훼손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