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편 배달 실수로 민원인 항의와 고소, 징계를 받았다가 스스로 사망한 집배원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집배원 A씨의 배우자 B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8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광주의 한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1년 4월 수취인 부재 중인데도 임의로 대리 서명한 뒤 등기 우편물을 배달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민원 제기를 받았고, 고소까지 당했다.
이후 약 8개월간 수사를 받았지만 공전자기록위작 혐의에 대해선 ‘기소유예’, 우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남지방우정청은 2022년 2월 그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고 A씨는 2022년 8월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우자 B씨는 남편의 사망이 명백한 공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인사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혁신처는 “A씨가 민원의 원인이 된 행위를 직접 했고, 일상적·통상적 범위를 벗어나는 과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아내는 법원에 소송을 했다.
B씨는 남편이 사망 두 달 전 최하위 근무평정을 받아 큰 모욕감을 느꼈으며, 민원인이 추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공무상 인과관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회평균인으로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사망 전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으며, 감정의 의견은 유족과 지인의 진술을 토대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