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에스 임태호 대표변호사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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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우선 처음이시니 독자분들께 인사 겸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에스 임태호 대표변호사입니다.

 

Q.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이 높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갖는 법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성범죄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판례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질신문이나 반복 진술 과정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 결과 수사·재판 절차에서 대면 조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과 방어권 보장 문제가 함께 제기됩니다. 결국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은 충돌하는 가치로 보이기도 합니다. 제도적으로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A. 피해자 보호는 반드시 강화돼야 할 가치입니다. 동시에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과 적법절차 역시 훼손돼서는 안 됩니다.

 

특히 진술 중심 구조에서는 반대신문의 실질적 기회가 보장되는지, 영상녹화 진술의 증거능력 판단이 엄격하게 이뤄지는지,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공익적 관점에서는 특정 사건의 유불리를 넘어, 절차적 균형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Q. 최근 일부 법률시장에서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변호의 충실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제도적으로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할까요?


A. 사건 수가 늘어날수록 개별 사건에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현행 제도는 변호사의 성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는 제한적입니다.

 

Q.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공탁 이후 피해자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성범죄는 금전적 보상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합의가 쉽지 않습니다. 공탁 역시 피해자의 의사와 괴리될 경우 갈등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는 합의나 공탁 여부만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 재범 방지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형식적 절차보다 실질적 피해 회복과 공정한 양형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Q. 성범죄 사건에서 허위 고소나 무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죄 판단은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나요?


A.  형사재판에서는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 합리적 의심이 배제되어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개별적으로 따져 보고, 진술 경위, 시간적 흐름, 주변 정황, 디지털 기록 등 객관적 자료와의 일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무고가 많다’는 일반론 때문이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증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원칙이라는 형사사법의 기본 구조에 따른 결과입니다.


Q. 무죄 판결과 관련해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당사자의 사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객관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중요했던 사례들이었습니다. 디지털 기록이나 통화 내역, CCTV 등 간접 증거가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특정인의 성과라기보다,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라는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Q. 성범죄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성범죄는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큰 영역이지만, 동시에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도 훼손돼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의 명확화, 반대신문권의 실질적 보장, 2차 피해 방지 장치의 정교화 등 절차적 균형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결국 제도의 방향은 어느 한쪽의 권리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재판이라는 두 가치를 함께 지켜내는 데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