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기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 중 숨진 고(故) 박석주 씨의 유족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약 14억 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24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지난 17일 박 씨의 자녀 2명에게 총 8억8163만7000원, 배우자에게는 5억2989만220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 자녀 1명에게는 550만 원의 비용보상도 확정됐다.
형사보상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구금이나 재판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비용보상’은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 보수나 기타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사건은 1968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 활동을 한 인사들이 통혁당을 결성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으로 총 17명이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박 씨는 1976년 징역 10년이 확정돼 복역 중 1984년 옥사했다.
유족은 2017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2023년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은 “박 씨 등 피고인들의 자백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구금되고 가혹행위를 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5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지 않았고, 자백의 임의성 및 증거능력 판단에도 법리 오해가 없다”고 밝혔다.
재심은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가능하다. 위법한 수사나 강압수사로 자백이 이루어진 경우, 허위 진술이나 위증이 새롭게 드러난 경우, 유죄의 증거가 된 사실이 허위로 밝혀진 경우 등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밝혀진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보상금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금된 일수에 1일당 보상금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보상액은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의 1배 이상, 5배 이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정한다. 구금 기간의 길이, 재산상 손해, 정신적 고통, 수사기관의 과실 유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박 씨는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약 8년간 복역 중 사망했으며, 이 기간 동안의 구금으로 인한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반영한 것이다.
형사보상 청구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무죄 판결 확정일부터 5년 이내에 해야 한다. 보상 청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인이 대신 청구할 수 있다.
박 씨는 이미 1984년에 사망했으나, 재심 무죄 확정 이후 유족들이 상속인 자격으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이번 결정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