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누명 벗을까…‘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15년 만에 재심 선고

전남서 막걸리 나눠먹은 주민 2명 사망
피해자 남편·딸에 무기징역‧20년형 선고
검찰 수사권 남용·허위 자백 강요 의혹

 

2009년 전남 순천에서 주민 4명이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2명이 숨진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에 대한 재심 선고가 15년 만에 내려진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허위 자백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재심으로 피고인들이 억울함을 벗을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30분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와 40대 딸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발생했다. 마을 주민 네 명이 함께 마신 막걸리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돼 두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은 A씨의 아내이자 B씨의 어머니였다.

 

검찰은 A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 진술이 인정돼 유죄로 뒤집혔고 부녀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이후 15년이 흐른 지난해 9월, 광주고법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결정 이유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적 조사 정황과 피고인들의 인지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신문 방식이 포함됐다.

 

A씨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한글 해독이 어려웠음에도, 검찰 신문 직후 불과 몇 분 만에 조서 내용을 열람하고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 진술서에는 오탈자 없이 논리 정연한 문장이 적혀 있었고, 이는 사실상 검찰이 내용을 대신 작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B씨의 경우 경계성 지능 상태로 판단됐으며, 진술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질문 유도와 생각 주입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소견이 제시됐다. 또한 두 사람이 범행에 사용했다는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시간대의 동선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 증거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채 유죄가 선고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글을 쓰고 읽지 못하는 아버지와 경계선 지능의 딸에게 수사기관이 허위 자백을 유도했다”며 “조작된 범행 동기로 인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