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부녀가 사건 발생 1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들은 무죄 선고 이후 “기가 막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8일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살인 및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70대 아버지 A씨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40대 딸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황전면의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주민들에게 나눠 마시게 해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와 지인 1명이 숨지고, 마을 주민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검찰이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한 A씨와 경계선지능인 B씨의 취약성을 이용해 자백을 받아냈다고 인정하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자백 경위와 내용의 개연성을 살펴볼 때 A씨 등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정황이 없음에도 검사가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답변을 받아낸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들키지 않기 위해 범행을 서로 공모했다는 B씨의 자백에 대해서 “유도신문에 따른 자백이 이뤄졌고 장시간 조사가 이뤄지면서 압박이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의 공모관계도 단순한 공범 가능성에 기초한 막연한 의심에 따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 직후 취재진이 “감옥살이를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자 A씨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씨 역시 “수사관들이 진실된 수사를 했으면 한다”며 “재심을 기다리는 분들이 저희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