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인사제도, 왜 아직도 제자리인가

현장 인력은 줄고, 요직은 늘어나고
근무보다 시험 준비가 우선인 ‘관행’

 

현직에 있을 때 교정 인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며칠 전 후배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직도 개선된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글을 쓴다.

 

근무평정을 잘 받는 요직에 있다가 업무 관련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직원이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근무지에 배정되고, 승진시험까지 합격한다. 또 일선에서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던 사람이 본부의 요직을 돌아다니는 현실을 들을 때면 마음이 착잡하다.

 

교정의 날을 맞아 언론에서는 ‘수용자가 난동을 부리는 영상’, ‘교도관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식판을 던지는 영상’ 등을 내보내며, ‘수용자 100명을 교도관 1명이 담당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교정본부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을 위해 어떤 실질적 정책을 펼쳤는지는 묻고 싶다.

 

1990년대 C교도소의 야근 1개 부 인원은 약 50명이었다. 3부제에서 4부제로 전환되며 1개 부 40명 정도로 줄었고, 이후 근무 체계가 몇 차례 개편될 때마다 야근 인원은 계속 줄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개 부 인원이 26명 내외로, 전체 야근 인력이 56명가량 감소했다. 전국 교정기관의 상황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빠져나간 인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심리치료과, 본부의 ○○팀 지원, 사무과나 보안일근 부서로 배치됐다. 본부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현장에서 인원을 빼 가고, 근무 체계 개편 명목으로 야근 인력을 줄이는 데만 열을 올린다.

 

‘수용자 100명을 교도관 1명이 맡는다’는 구조가 놀라운가? 그렇다면 그동안 빼낸 인원 중 일부만이라도 돌려주면 된다. 수용자 난동이 잦고 교도관이 폭행당하는 근무지에는 인력을 보강해 2~3명이 함께 근무하도록 하면 된다.

 

2010년쯤 C교도소 인사 교위를 할 때의 일이다. 교정본부에 근무하던 교감 P가 우리 소로 발령 났는데, 당시 소장은 본부 시절 P의 상급자였다. 소장은 나를 불러 “P를 사무부서 ○○과 교감으로 발령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소장님, ○○과는 이미 인원이 충분합니다. 정원도 꽉 차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소장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TO도 없는 자리를 만들어 발령을 강행했고, 결국 P는 승진시험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았다.

 

이후 P는 승진시험 준비를 이유로 육아휴직과 장기 병가를 잇달아 냈다. 근무는 제쳐둔 채 승진 준비에만 몰두하니 교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승진하면 자신이 받았던 ‘배려’를 그대로 답습해 또 다른 직원을 챙겨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실태가 바뀌지 않는 한 교정의 발전은 요원하다.

 

물론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은 술을 마시지 않고 윗사람에게 아부하지도 않으며, 기피 근무지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스스로 승진시험에 합격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본부나 요직에서 근무해야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교정 인사 시스템은 여전히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