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총지출이 4조 6973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었으나, 교정시설과 관련된 일부 항목은 대폭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수용 해소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했다”며 “AI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애주기별 촘촘한 지원과 함께 균형발전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AI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예산안은 실제로 AI 투자, 국방력 강화, 취약계층 및 지방 우대 정책을 핵심 축으로 편성됐다. AI 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기술개발 R&D 예산은 35조 3000억원으로 확대됐고, 국방 예산은 66조 3000억원으로 증액됐다. 민생안전 분야에서는 기준중위소득을 6.51% 인상해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200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발달장애 주간활동 및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법무부의 총지출도 증가했다. 법무부가 지난 9월 4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총지출은 4조 6973억원으로, 올해(4조 4173억원)보다 6.3% 늘었다. 회계별로는 일반회계 6.2%, 교도작업특별회계 10.3%, 범죄피해자보호기금 8.4%로 각각 증가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과 재난안전 시설 보강 예산도 반영됐다. 구체적으로는 범죄위험군 관리 강화 및 재범요인 차단에 61억 3100만원, AI 기반 위험인물 입국 사전 차단 및 대화형 AI 민원상담 포털 구축 등 이민행정 서비스 혁신에 29억 900만원이 증액됐다.
‘수용자 인권보장 기반 확충’을 위한 재난안전 시설보강 예산 역시 올해 51억 700만원에서 649억 3500만원으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10월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년도 예산안 총괄분석’과 법무부가 지난 8월 29일 공개한 자체 ‘지출구조조정 사업’ 표를 대조하면 교정 분야의 필수 기반은 오히려 후퇴했다.
지출구조조정 총 감액은 1217억 1400만원이며 이 중 교정시설과 관련된 교정·교화·소년원·치료감호·외국인보호 등은 434억 5600만원이 줄었다.
여기에 법률구조 등 교정 생태계 간접 관련 항목의 감액(151억 8100만원)을 포함하면 586억 3700만원으로 집계돼 전체 구조조정 감액의 약 50%가 교정행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정시설장비운용 및 현대화 중 수용동 기반시설 개보수는 278억 9100만원에서 32억 9900만원으로 245억 9200만원 ▲보안구역 물품구입은 87억 9100만원에서 34억 1300만원으로 53억 7800만원 감액됐다.
또한 ▲교정교화(종교실 등 교화·처우시설 개보수) 3억원 전액 삭감 ▲교도소행정지원(직원 근무환경 개선) 27억 3400만원 전액 삭감 ▲소년원생 수용(노후 생활실 개선 및 가구 구입) 43억 1700만원→14억 6700만원으로 28억 5000만원 ▲시설보완(직업훈련장 환경개선) 29억 7500만원→8700만원으로 28억 8800만원 ▲치료감호자 수용관리(노후 병동 개선) 20억 4300만원→4억 5600만원으로 15억 8700만원 감액 등 기초 인프라와 처우개선 예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 “교정시설 과밀수용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2024년 전국 교정기관 평균 수용률이 122.1%이며, 일부 기관의 1인당 수용면적이 2㎡ 이하로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단기간 증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구조조정에서 시설 개보수·현대화 예산이 대거 감액된 것은 정책 우선순위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총지출이 늘었더라도 교정시설의 노후 개선, 안전 설비 확충, 직원 근무여건 보강 등 과밀·노후 문제를 해결할 예산이 줄면 현장 체감 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예문정 정재민 변호사는 “법무부 예산안이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선 교도소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노후 교정시설의 개보수와 인력 처우 개선, 장비 현대화 없이는 교정행정의 안전과 인권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