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사고 후 허위 자수 지시…법원 "진실 은폐, 방어권 아냐"

대법 “타인에 허위자백 시킨 행위는 방어권 남용”
“허위 자백은 수사 방해…사고 땐 사실 진술해야”

 

무면허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낸 뒤 아내에게 대신 자수하라고 지시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시 한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고 직후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내에게 “당신이 운전한 것처럼 자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 형법 제31조 제1항은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자를 실행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도5199 판결). 단순히 도망가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방어권 범위로 인정되지만 타인에게 거짓 자백을 시키는 행위는 수사기관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로 본다는 의미다.

 

유사 사건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일관됐다. 2022년 서울남부지법은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뒤 허위 진술한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방어권 범위 내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단순히 자기비호행위가 아니라 방어권 남용으로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운전 사고 후 달아난 가수 김호중 역시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가 사고 후 도주하고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시켜 수사기관을 속이려 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시키는 것은 명백히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라며 “특히 음주나 무면허 운전처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일수록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사실대로 진술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허위 자백이나 운전자 바꿔치기는 오히려 형사처벌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