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 답은 있습니다”

액상 대마 사건 ‘혼합물’ 쟁점 최초 제기
‘피 무게 무죄’ 등 유수의 변화를 이끈 변호사
보이지 않는 1%의 가능성까지 추적

 

Q. 오늘은 안팍의 안지성 변호사님을 모셨습니다. 변호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안팍에서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안지성 변호사입니다. 마약·보이스피싱·강력범죄 등 중대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 온 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유튜브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 실제로도 기록을 끝까지 검토하고 사건의 쟁점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벽 앞에 서계신 분들의 사건을 맡는 만큼 ‘지은 잘못만큼만 책임지게 하자”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법무법인 안팍은 형사사건 분석과 연구가 활발한 로펌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변호사님의 업무 스타일에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나요?


A.  사건을 맡으면 판례, 감정서, 논문, 해외 자료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모두 확인합니다. 형사 사건은 기록 한 줄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세부 사항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건을 연구 과제처럼 접근하는 편입니다.

 

Q. 얼마전 변호사님의 사건중 무죄가 선고된 판결들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사건의 핵심 쟁점과 변호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무죄가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아까 언급하신 ‘피(皮) 무게 무죄’ 사건부터 먼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필로폰을 100개가 넘는 조그만 비닐에 나눠서 보관하던 의뢰인이 계셨어요. 해당 필로폰은 분할 포장된 상태 그대로 압수되었습니다.

 

검사는 압수된 상태 그대로 무게를 측정했고, 의뢰인에게 특가법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포장지는 마약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는 직접 비닐봉지 100개의 무게를 감정하기 위해 국가기관에 감정 촉탁을 넣었습니다.

 

전체 무게에서 비닐봉지 100개 분량의 무게를 제외하니 실제 소지하고 있던 마약의 양이 줄어들었고, 결국 특가법 적용 기준선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단순히 ‘무게가 잘못되었다’는 차원은 아니었습니다. 압수 당시 포장재 무게까지 포함된 상태여서 실제 마약량 확인이 필요했고, 감정 의뢰를 통해 수치가 달라진 사건입니다.

 

또 2023년에 제가 최초로 ‘액상 합성 대마 혼합물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기존 검찰의 주장은 ‘합성 대마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으면, 그 액상 혼합물 전체를 마약으로 봐야 한다’. 향료나 점증제, 기타 액상의 성분이 혼합물에서 9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던 거죠.

 

쉽게 설명하면, 필로폰 초심자들의 평균적인 1회 투약 분량이 0.03g입니다. 그 정도 양의 필로폰을 맥주 500ml에 타 마실 경우 ‘필로폰 500.03ml 투약’으로 처벌하겠다고 한 셈입니다. 여기에 처음 반기를 든 사람이 접니다.

 

전자담배 액상을 예로 들어 볼까요. 전자담배 액상은 향료·용제·색소 등 여러 성분이 뒤섞인 대표적인 혼합 액상인데, 실제 규제·표기·유통 시에는 니코틴 성분의 함량(%)만 따로 산정합니다. 액상 10ml 중 니코틴이 0.2ml 들어있다면 ‘니코틴 2% 액상’으로 보지 ‘니코틴 10ml’로 보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니코틴 액상도 니코틴만 보고 수치화한다면, 합성 대마 액상도 마약 성분이 입증된 부분만 마약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세웠습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액상 성분 분석을 정량으로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하나 찾아내서 감정 촉탁을 넣었고, 저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죠.

 

그 뒤로 유사 사례의 판결 흐름은 아직 과도기에 있습니다. 저희 사건처럼 무죄가 나온 건도 있고,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기각이 나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Q. 마약 사건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여서 양형 전략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감형 전략은 주로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A. 맞습니다. 사기 사건은 피해 회복만 되면 양형에 큰 도움이 되지만, 마약 사건은 ‘피해자’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 사건에서는 감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재범의 위험성을 낮추고, 수사에 협조해 공적을 쌓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단순하게 반성문을 100장·200장 쓰는 행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증거입니다. 재판부가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하게 만들려면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치료받은 기록, 보호자의 관리 계획, 직장 복귀 계획, 약물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기록, 중독 전문 기관 상담 내역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수사 협조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위험 요소도 있어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최근 캄보디아 사건 이후 형량 기조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체감하시는 재판 경향은 어떤가요?


A. 캄보디아 사건 이후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벌어지는 조직적 범죄, 감금·폭행·강요가 있는 범죄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가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을 똑같이 보는 것은 아닙니다. 역할, 지위, 범행 경위, 도주·구조 시도 여부 등 개개인의 사정도 여전히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라 무거운 형량이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조직·국제·감금 범죄 전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진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Q. 최근 본지가 캄보디아 사건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피고인이 ‘감금당해서 했다’,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던데요. 이러한 피고인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요?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실제 기록이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의 출국 경위(모집 글·대화 내용), 여권·핸드폰 압수 여부, 도움 요청 흔적, 감금·폭행 정황들을 살펴봅니다.

 

정말 속아서 갔다면 그 정황이 어딘가에는 드러나 있기 마련이고, 드러난 정황을 논리적으로 엮어내면 설득이 됩니다.

 

정황이 사실과 어긋나면 전체 신빙성이 무너질 수 있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마약 사건이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증거는 명확하고,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죠. 변호사님은 이런 상황에서 의뢰인의 의견을 그대로 존중하시는지요?


A. 의뢰인의 주장을 존중하되, 법리적으로 성립 가능한 주장이 무엇인지 판단을 도와드립니다.


증거가 명확한 상태에서 무조건 부인할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 형량이 오히려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인의 위험성과 양형 중심 전략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방향을 함께 찾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형사사건은 작은 정황 하나가 결과를 바꿀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능한 자료를 세밀하게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막막한 상황에서도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건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