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시그널 이홍열 변호사 “되돌릴 수 없기에 끝까지 파고듭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시그널의 이홍열 변호사입니다. 사법시험을 통해 검사로 임관해 약 10년간 수사와 형사재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재직 중에는 여러 검찰청에서 근무하며 일반 형사 사건을 비롯해 특수·공안·조세·외사 사건 등 다양한 유형의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현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 사건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형벌의 목적을 두고 응보와 예방 사이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형사정책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시나요?

 

A.  형벌의 목적을 응보와 예방 중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라는 응보의 원칙 위에, 재범 방지와 사회 보호라는 예방적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현실의 형사정책은 범죄 유형에 따라 무게 중심이 다소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강력범죄나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의 경우에는 엄정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는 응보적 요소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보이스피싱, 마약, 소년범죄처럼 재범 가능성과 사회 복귀 문제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치료·교정·재활 프로그램 등 예방적 접근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피해 회복과 공동체 복원을 중시하는 회복적 사법의 논의도 확대되고 있어,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형사정책은 응보와 예방 중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기보다는,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두 요소를 조정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Q. ‘같은 죄명이라도 지역별로 검사의 구형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A. 지역에 따라 구형 경향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는 있습니다. 다만 이를 단순히 ‘지역색’으로 보기는 어렵고, 해당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범죄 유형이나 사회적 문제의 정도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범죄 전력, 피해 규모, 범행 경위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하며, 수학 공식처럼 기계적으로 구형이 정해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Q. ‘구형의 절반보다 낮은 형이 나오면 검사는 자동으로 항소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A. 이른바 ‘자동 항소’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검사는 단순히 구형 대비 형량의 높고 낮음만을 기준으로 항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피해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피고인의 태도와 반성 여부,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형량이 다소 낮더라도 이러한 요소들이 충분히 확인되면 항소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Q.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의 구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수사 검사는 기소 시점까지의 자료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반면, 공판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태도와 진술 변화 등을 추가로 확인하게 됩니다.

 

예컨대 수사 단계에서는 범행을 인정하던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전면 부인하거나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일 경우, 공판 검사 입장에서는 구형을 상향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죄 판결이나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기소 과정에서 명백한 절차적 문제가 드러난 경우에는 내부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Q.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상 하위 가담자가 범행 전모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고의 판단은 어떤 요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A.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하위 가담자가 범행 전모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법원은 전모 인식 여부보다는 자신의 행위가 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최소한 의심했는지를 중심으로 고의를 판단합니다. 현금 수거·전달 방식의 비정상성, 높은 수당, 연락 방식, 반복 수행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됩니다.

 

결국 핵심은 전체 구조를 알았는가가 아니라,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는가에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형벌 강화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공정한 재판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형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것은 범죄로 인한 불안과 피해가 현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형벌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 과정은 더욱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돼야 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보장, 충분한 변론 기회는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국가 권한의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감정적 여론이나 사회적 압박이 재판의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결국 형벌의 강도와 별개로, 공정한 절차와 균형 잡힌 판단을 지키는 것이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