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저는 부하 직원에 대한 강제추행 및 준강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현재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부남이었고 상사라는 위치에 있기는 했지만, 사건 당시 피해자와 둘이 술을 마시다 서로 취한 상태에서 관계가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피해자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제게 건넨 적이 있었고, 저 역시 선물을 한 일이 있습니다.
첫 관계가 있던 날 이후에도 피해자는 저와 개인적으로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제가 지위를 이용해 가스라이팅을 했고, 성적으로 추행·착취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부남으로서 바람을 피운 행동은 분명 잘못이며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관계가 강제로 이루어졌다는 부분만큼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피해자에게 진심이 있었고, 피해자도 제 감정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 피해자에게 마음이 있었고, 피해자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유부남이어서 카카오 톡 메시지를 수시로 삭제해 왔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와 이혼 소송까지 진행 중이라 당시의 대화 기록이나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포렌식에서도 유리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1심은 피해자의 진술 위주로 판단이 이루어지다 보니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1심에서는 억울함이 커 합의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 아래의 답변은 질문의 내용만을 근거로 구성한 것이므로, 실제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안내드립니다. 우선 적어주신 상황만 보더라도, 현재 1심 판단이 ‘증거 부족 → 피해자 진술 신빙성 중심 → 위력·가스라이팅 주장으로 해석’이라는 전형적인 흐름으로 흘러가 버린 것 같습니다.
불륜이나 부적절한 사적 관계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강제추행이나 준강간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와 사적인 교제 관계를 유지했고, 개인적인 만남이나 선물 교환 등이 있었다면 이러한 정황은 ‘강제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직장 내 지위가 존재했다면, 법원은 단순한 물리력뿐 아니라 ‘심리적 위력’의 가능성도 함께 평가합니다. 즉 “합의였다”라는 주장만으로는 관계의 대등성과 자발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설득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위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위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구체적 영향력이 있었는지가 법원 판단의 핵심입니다.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이 부분을 보다 정밀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강제성이 약화되는 정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피해자의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이용했다’는 방향으로 해석될 위험도 있어, 항소심에서는 당시 상황·대화·상호 행동 흐름을 중립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카카오톡을 주기적으로 삭제해 오신 점 역시 재판부 입장에서는 ‘불리한 증거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포렌식에서도 유리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에 결국 1심 재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의존하게 되어 피해자 진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가능한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증거를 만들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 당시 관계의 실질적 성격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항소심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이기 때문에 1심의 해석이 합리적이었는지, 정황 증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위력이 실제로 작동 했는지 등을 다시 검토합니다.
따라서 1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부분을 새롭게 제시하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1심에서 억울한 마음에 합의 시도를 하지 않은 경우, 이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합의 여부 또한 형량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므로, 지금 상황에서 무죄 주장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합의 시도 또한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사건 검토 후 필요에 따라 피해 회복 노력, 사과 의사, 재발 방지 계획 등 객관적 자료 형태로 제출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소심에서는 ① 피해자와의 관계가 어떤 흐름으로 형성·지속되었는지, ② 만남·연락·선물 등의 교류가 어떤 방향성과 자발성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③ 직장 내 평가·업무 권한과 실제 사적 관계의 관련성이 있는 지, ④ 피해자 진술 간의 모순·과장· 관계 변화의 계기 등의 가능성은 없는지, ⑤ 사건이 발생하기 전후의 갈등, 이별, 불만 등이 진술 형성에 영향 을 미쳤는지 등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두 분의 관계가 대등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관계였는지를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적인 만남과 선물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정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강제성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1심에서 다뤄지지 못 했거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부분들을 항소심에서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과정입니다. 당시 상황의 전체 흐름과 관계의 실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법원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1심과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낼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