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서헌 심강현 변호사 “많은 사건을 수행하기 보다 맡은 사건에 최선 다해“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독자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심강현 변호사입니다. 과거 수사기관에서 근무하며 형사사건을 다뤘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모두 경험하면서 형사절차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개별 사건을 통해 사실관계와 절차를 차분히 살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결국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유형의 사건에 대해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신뢰가 형성됩니다.

 

또 하나는 설명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수사나 재판의 결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 과정과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때 사회적 수용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을수록 오해나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권 보장과 엄정한 법 집행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적 권리를 존중하는 수사와 재판이야말로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여론이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수사기관이 받는 외부의 시선이 무겁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수사는 여론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절차가 아니라, 법과 증거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은 사회가 느끼는 문제의식과 분노를 보여주는 지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는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고, 그 과정이 흔들리면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의 관심이 크더라도 절차적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수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지키는 것이 단기적인 평가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봅니다.

 

Q. 무죄 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보시나요?

 

A. 무죄 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사 단계에서의 언론 보도, 온라인 여론, 사건의 사회적 파장 등으로 인해 사실상 유죄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피의자 개인의 명예와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는 어디까지나 증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기소 이전은 물론이고, 1심 판결 이전까지도 법적으로는 무죄가 원칙입니다. 그 원칙이 흔들리면 수사의 방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과 언론, 그리고 사회 모두가 “의혹”과 “확정된 사실”을 구분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무죄 추정은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형사사법 절차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Q. 사건 처리 실적이 수사나 기소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습니까?

 

A.  사건 처리 실적이 기소 판단에 직접적인 기준이 되느냐는 질문은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적으로 기소 여부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지, 단순한 수치나 건수로 결정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검찰 조직도 일정한 업무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고, 검사 개인이 상당한 사건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이 기소하는 것’이 곧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따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가의 기준이 ‘건수’가 아니라 ‘적정성’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소는 개인의 권리와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므로, 효율성보다 신중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결국 조직의 평가 시스템 역시 공정성과 책임성을 중심에 둘 때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일부 사건에서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당사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적정한 수사 기간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요?

 

A.  수사가 장기화되면 피의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큰 부담이 됩니다. 형사절차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그 자체로 일종의 제재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사건을 일률적인 기간 기준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의 복잡성, 관련자 수, 증거의 양과 성격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그 시간이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라고 봅니다.

 

수사의 적정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행 상황에 대한 투명한 관리, 불필요한 절차 지연의 최소화, 그리고 당사자에게 현재 단계와 향후 절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신속성과 충실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조직적 범죄 사건에서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조직적 범죄 사건에서는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입장 차이’라기보다, 각 기관이 맡고 있는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큽니다.

 

검찰은 범죄 억지와 사회적 경각심이라는 형사정책적 관점을 함께 고려해 구형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처럼 피해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범죄의 경우, 엄정 대응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법원은 개별 피고인의 가담 정도, 범행 경위, 이익의 규모, 전과 여부 등을 보다 세밀하게 따져 최종적인 책임 범위를 판단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제도적 긴장 관계라기보다는, 형사절차가 단계별로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형은 어디까지나 의견 제시이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독립적으로 내립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필적 고의의 인정 범위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형사책임 판단에서 이 개념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미필적 고의는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데 있어 필요한 개념이지만, 그 인정 범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위험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고의를 인정하게 되면, 과실과 고의의 경계가 흐려질 우려가 있습니다.

 

형법상 고의는 결과 발생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태도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결과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행위를 계속했는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합니다. 단순한 추정이나 사후적 평가로 확대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리이지만, 그만큼 적용 기준이 명확해야 형벌권의 과도한 확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초한 엄밀한 증명과, 과실범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Q.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만큼, 무고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허위 신고임에도 기소가 이뤄진 경우, 어떤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최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술자리 이후 발생한 사건이었는데, 현장 상황과 피해자의 주장 사이에 여러 불일치가 확인됐고, 주변 정황과 간접증거를 종합한 결과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허위 진술은 단일 진술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사건 당시의 상황, 진술의 변화 과정, 객관적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신빙성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일수록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증거와 논리에 기초해 사실관계를 차분히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