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서헌 심강현 변호사 “많은 사건을 수행하기 보다 맡은 사건에 최선 다해“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독자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심강현 변호사입니다. 2013년 검사로 임관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와 강력부 등에서 근무하며 성범죄와 마약 사건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여성아동범죄수사부 수석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심강현 변호사’ 하면 로스쿨 수석 졸업 이력이 자주 언급됩니다. 원래부터 법조인을 꿈꾸셨는지,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부터 법조인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닙니다.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제조업체에서 약 4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근무하던 회사가 특허 등 지적재산권 관리 문제로 큰 손실을 겪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술 자체뿐 아니라 권리를 지키고 주장하는 제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경험이 법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Q. 오랜 기간 검사로 근무하시다가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신데, 두 역할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A. 검사 시절에는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위치에 있었고, 지금은 그 주장에 대해 방어하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처음에는 역할 변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설득하는 본질적인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입장은 달라졌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Q. 검찰 재직 당시 ‘형사통 검사’로 불리며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검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검사 시절 맡았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필리핀에서 발생한 연쇄 강도살인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범행은 2008년에 발생했지만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13년 이후였고, 제가 사건을 맡았을 당시에는 시신이나 직접적인 목격자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살한 공범의 진술과 여러 차례 변화한 피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외 출장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고, 여러 정황증거를 종합해 판단에 이르렀던 사건이었습니다.

 

Q. 독자들 사이에서는 ‘검사들은 한 달에 사건을 몇 건이나 처리하느냐’, ‘실적 때문에 무리한 기소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A. 개인차는 있지만, 한 명의 검사가 한 달에 처리하는 사건 수는 평균적으로 약 200건 내외입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피의자 자백이나 명확한 증거가 있는 사건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됩니다. 반면 나머지 사건들은 추가 수사나 증거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에게 정해진 ‘기소 할당량’이나 숫자 기준의 실적 평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배당받은 사건을 얼마나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최근 인사 환경 변화로 개인적으로 성과를 의식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숫자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하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수사검사가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재판 도중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공판검사는 보통 구형을 조정하나요? 또 1심에서 합의가 있었음에도 항소심에서 구형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수사검사는 기소 단계에서 공판검사에게 사건 내용을 인계하면서, 재판 말미에 제시할 구형 의견을 공판카드에 기재합니다. 공판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태도, 진술 변화, 합의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구형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조정은 각 검찰청 내부 기준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지며, 그 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내부 보고 절차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최근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단순 현금 인출책에게 중형이 구형됐고, 재판부가 이를 지적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재판부와 검찰의 인식 차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검사는 법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뿐이고, 최종적인 형량 판단은 재판부의 권한입니다. 다만 검사의 구형이 판결과 크게 차이가 날 경우,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의 경우, 통상적인 기준보다 강화된 구형 지침이 내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범죄 예방 효과나 사회적 메시지를 고려한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Q. 미필적 고의가 과도하게 인정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로서 이 논리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성범죄, 특히 미성년자 대상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연령을 인식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했을 때의 인상이 판단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 당시의 외모나 행동, 대화 내용과 재판 당시의 모습 사이에 차이가 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인상만으로 고의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만큼, 무고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허위 신고임에도 기소가 이뤄진 경우, 어떤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최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술자리 이후 발생한 사건이었는데, 현장 상황과 피해자의 주장 사이에 여러 불일치가 확인됐고, 주변 정황과 간접증거를 종합한 결과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허위 진술은 단일 진술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사건 당시의 상황, 진술의 변화 과정, 객관적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신빙성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일수록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증거와 논리에 기초해 사실관계를 차분히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