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회초년생과 저신용자를 상대로 이른바 ‘내구제 대출’을 미끼로 수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범행 구조상 피해 명의자 역시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1부(박동규 부장판사)는 영리유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서 5년을 선고했다.
A씨 일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접근해 “내구제 대출로 단기간에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속였다. ‘내구제(내가 나를 구제한다) 대출’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가전제품을 렌털한 뒤 이를 제3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불법 사금융 방식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을 넘기면 우리가 대신 팔아 1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만들어주고, 6개월 뒤 파산을 신청해 개인회생을 하면 부담이 없다”고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모니터와 압력밥솥, 휴대전화 등을 넘기자 A씨 일당은 이를 처분하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 등은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피해자 10여 명으로부터 60차례에 걸쳐 모두 2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외국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중국이나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넘기려 시도하거나 폭행과 협박으로 추가 금품을 빼앗은 정황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취약계층을 상대로 대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을 폭행하고 협박하기까지 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288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유인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영리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도록 할 목적도 포함한다. 또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금융당국도 내구제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업자들은 인터넷과 SNS 등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해 넘기면 현금을 융통해준다’, ‘기기 할부금과 통신요금 대납’, ‘안전한 소액 대출’, ‘폰테크’ 등의 문구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개통된 휴대전화는 불법업자에게 넘어가 현금화되지만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 소액결제 대금은 모두 피해자 명의로 남았다.
특히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유심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자체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내구제 대출을 알선한 업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도 유사 범행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해왔다. 2020년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피해자 명의로 가전제품 렌털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현금화한 일당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2019년 울산지법도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휴대전화 개통과 가전 렌털을 유도해 이를 판매한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판결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내구제 대출 범행은 사람을 유인해 재산을 편취하는 영리유인과 사기가 결합된 중대 범죄”라며 “피해자의 취약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물품을 취득하고 현금화한 경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유심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로 악용될 위험도 크다”며 “급전이 필요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내구제 대출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