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인감을 건넸다가 상속 재산을 모두 빼앗겼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동생이 단독 명의로 부동산과 예금을 이전해 버렸고,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등기까지 마쳐진 상황에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1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사연자 A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저와 여동생을 키워주셨는데, 그 아버지마저 1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례를 치른 뒤 부모가 남긴 예금과 부동산을 반반 나누기로 했고, 협의분할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구두로는 분명히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사업 문제로 송사에 휘말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고, 동생은 “인감과 서류를 보내주면 정리해 절반을 입금하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관련 서류를 건넸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나도록 재산 분할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생은 “서류 처리가 복잡하다” “세금 문제가 남았다”며 시간을 끌었다.
불안해진 A씨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부모가 남긴 아파트와 토지, 예금까지 모든 재산이 동생 단독 명의로 이전된 사실을 알게 됐다. 항의하자 동생은 “부모님 병시중은 내가 들었다”며 “억울하면 소송하라. 그 사이에 재산을 처분해 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이미 명의가 넘어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며 “소송을 해도 재산을 다 처분해 버리면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 이뤄진 상속재산분할협의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상속재산분할은 공동상속인 전원이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일부 상속인의 동의가 없거나 적법한 대리권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상속인 단독 명의로 등기와 예금 정리가 이뤄졌다면 협의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협의분할 무효를 전제로 진정명의회복 또는 등기 말소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이 같은 소송을 ‘상속회복청구’로 보는 경우가 많다. 민법 제999조에 따르면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실제로 공동상속인 중 1인이 단독 상속처럼 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소가 각하된 사례도 있다. 권리의 존부와 별개로 기간을 넘기면 소송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동생이 재산을 처분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실무상으로는 본안 소송에 앞서 보전처분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의 경우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등기까지 마쳐야 제3자에게 임의로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금이 동생 명의 계좌로 이동했거나 이동될 우려가 있다면, 동생 명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통해 지급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예금이 무단 인출된 경우에는 상속분 상당액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나 위임장 등이 위조됐거나 인감이 부정사용된 정황이 있다면 사문서위조, 사인부정사용 등 형사 고소를 병행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형사 절차가 곧바로 재산을 되돌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는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변호사는 “이미 명의가 넘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제척기간과 재산 처분 위험을 고려하면 지체하지 말고 보전처분과 본안 소송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상속 재산 정리 과정에서는 구두 약속에 의존하기보다 공동상속인 전원의 서면 합의를 명확히 남기고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