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비급’ 모방 출판 우후죽순…광고주 기망, 음란 이미지 ‘수위’ 경쟁까지

 


 “전 교도소 보급” 홍보…광고주 혼선 및 기망


교정시설 내에서 유통되는 잡지책 ‘옥중비급’이 화제가 된 이후 이를 모방한 출판물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출판사가 “수용자 7만 명·가족 30만 명 직접 노출” 등을 내세워 광고주를 모집하면서 실제 유통 구조와 다른 과장 홍보로 광고주를 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13일 취재에 따르면 한 로펌은 최근 특정 잡지를 ‘감옥 전용 매체’로 소개하며 광고를 제안받은 뒤, 본지에 “더시사법률의 자회사가 맞느냐”는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제보자가 보내온 해당 잡지사의 홍보 팸플릿에는 “수용자 7만 명, 가족 30만 명 시장”, “더시사법률 성공 노하우 검증 완료”, “더시사법률은 00잡지사의 전신” 등의 문구가 담겼다.

 

마치 신문처럼 전국 교도소에 일괄 보급되는 것으로 읽히는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 문구는 본지와의 관계를 오인할 정도로 유사하게 구성돼 있었다.

 

일부 업체는 전국 변호사 사무실을 상대로 “더시사법률신문을 통해 검증 완료”, “압도적 광고 효과”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광고 제안을 받았다는 한 로펌 관계자는 “전화 통화 과정에서 더시사법률과 광고 효과는 동일하지만 광고비는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며 “유통 방식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전국 교도소에 일괄 보급되는 것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과 다른 유통 구조…잡지는 개별 반입


교정시설 내 신문과 잡지의 유통 방식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신문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 활동의 일환으로 각 교도소 신문보급소를 통해 정식 접수 절차를 거쳐 배포된다.

 

반면 잡지는 개별 수용자가 가족이나 외부인을 통해 신청하거나 수발업체를 통해 반입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도소는 선정성, 저작권 침해, 음란성 등을 이유로 반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1일 한 교도소에서는 해당 잡지의 저작권 및 내용상 문제를 이유로 반입을 거절했다. 이후 해당 소에서 본지에  "해당 출판물이 더시사법률과 관련된 것이냐"는 문의가 접수되기도 했다.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 ‘오크나무’ 운영자는 과거 교도소 전용 '교양' 잡지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그는 “수용자는 재판 진행, 형 확정, 이송, 출소 등으로 주소지가 수시로 바뀌어 구독 관리가 쉽지 않다”며 “특히 잡지는 외부 지인이나 수발업체를 통해 반입되는 구조라 반송·지연·누락이 잦고, 이 과정에서 수용자 불이익이나 가족·시설 측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통 구조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서점 유통망을 이용할수 없어 실제 판매 부수나 열람 통계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보니 광고주에게 노출 규모와 효과를 설명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크다”며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부 변호사 광고를 받았다가 환불하고 사업을 접었다”고 전했다.


교도소 전용 잡지 5곳 등장…선정성 경쟁 조짐


 

최근에는 ‘교도소 전용 잡지’를 표방하는 업체가 최소 5곳 이상 등장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과열 경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교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잡지 간 차별화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점차 자극적인 이미지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확인한 일부 책자에는 여성의 발가락 등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한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한 교정 관계자는 “처음에는 단순한 인터넷 콘텐츠 모음집 수준이었지만, 판매를 의식하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누가 더 강한 수위의 이미지를 싣느냐는 식의 경쟁 구도까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수발업체 난립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와 음란물 반입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도서 사전 등록제’였다”며 “지금처럼 출소자들이 출판물을 제작해 저작권 위반이나 음란성이 문제 되는 출판물을 반복적으로 유통할 경우 교정당국이 추가적인 규제나 보완책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교정 관련 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한때 10곳 미만이던 수발업체는 1년 만에 전국 200여 곳까지 늘었지만, 2023년 ‘교정 인터넷편지 서비스’ 폐지, 2024년 8월 ‘우송도서 등록제’ 도입 등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축소됐다. 상당수 업체가 폐업하거나 연락이 두절됐고, 선입금 미반환 등 피해도 발생했다.

 

시장 기반이 흔들리자 일부 출소자들이 출판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ISBN만 부여받으면 정식 간행물 형식을 갖출 수 있고 소량 인쇄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유튜브 영상·온라인 게시글 무단 사용..저작권 위반도


 

최근 출판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한 출소자는 <더시사법률>에 “출판은 비교적 손쉬운 선택지”라며 “재소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알고 있어 그 취향에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물은 부수 집계가 명확하지 않아 광고주를 속이기 쉽고, 유튜브 영상 캡처나 자극적인 사진을 활용하면 제작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일부 책자에는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 합성 이미지 등이 출처 표기 없이 실려 있었다.

 

저작권 관련 기관에 확인한 결과 상당 부분이 무단 전재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일부 글은 외부 언론사의 기사를 그대로 옮긴 형태로 보이는 사례도 확인됐다.

 

통상 일반 언론사는 사진과 영상 사용을 위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출처 표기와 사용 범위 역시 엄격히 관리된다. 반면 해당 출판물들은 온라인 콘텐츠를 무단 활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출판물이 교정시설에 반입되는 데에는 현행 법 구조도 작용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는 수용자가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유해 간행물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반입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SBN은 출판물 식별을 위한 등록 제도일 뿐 내용의 적정성이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사전 심사하지 않는다. 외형상 출판물 요건만 갖추면 반입을 제한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한 ‘옥바라지’ 카페 운영자가 카페를 통해 선임된 변호사에게 의뢰인들이 제출한 반성문을 당사자 동의 없이 책으로 제작해 ISBN을 등록한 뒤 유통하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는 한 제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ISBN 제도가 사실상 내용 검증 없이 활용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장 광고,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의 월간 도서 반입 건수는 평균 14만 권 수준이며, 이 가운데 성인 잡지는 월평균 3500건에 달한다. 교정 현장에서는 “교화 목적과 배치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법원은 현행 법 체계상 교도소장의 재량권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국회에는 음란·폭력·마약·저작권 위반 등 교화를 저해하거나 시설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구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형집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용자 7만 명·가족 30만 명 직접 노출' 등 마치 전국 교도소에 일괄 보급되는 것처럼 과장 홍보로 광고주를 유치하는 행위는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실제 유통 구조와 다른 정보를 제공해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며 “교정시설 특수성을 이용한 시장일수록 사실 검증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