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공보수 논쟁…착수금 낮추고 성공보수 제안, 감형 뒤 지급 거부

항소심서 징역 절반 감형·추징금 전액 면제
의뢰인 “무효” vs 변호인 “약정”…분쟁 격화
최근 하급심 판단 엇갈리며 논쟁 재점화

 

형사사건을 둘러싼 변호사 보수 체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15년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금지를 선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유지돼 온 법리가 최근 하급심에서 엇갈리면서 법조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죄나 집행유예 등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변호사에게 별도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으로 오랫동안 허용되던 관행이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 결과와 보수를 연동하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보아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판결 이전에 체결된 약정까지 모두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긴 어렵다면서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에는 신의칙과 형평의 원리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후 하급심은 해당 판례를 근거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이미 지급된 금액에 대해서도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해 왔다. 변호사 측이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항변을 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존 판례와 배치되는 판단이 나오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판사 최성수·임은하·김용두)는 B 법무법인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원고 B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며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보수금 3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실제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확정됐지만 A씨는 약속한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채 감사 인사만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이에 B 법무법인은 약정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모든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공공성과 윤리성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공보수 금지 이후 착수금이 상승하면서 의뢰인의 초기 부담이 커진 현실도 지적하며, “성공보수 약정 금지가 사법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유사한 갈등은 실제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는 사기죄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3억 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당시 가족은 착수금을 낮추는 대신 형량 감경과 추징금 면제 여부에 따라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형량은 징역 2년 6월로 감형됐고 추징금도 전부 면제됐다. 그러나 A씨는 성공보수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본지에 보낸 편지에서 “성공보수는 무효인데 변호사가 이를 요구하고 있다”며 “신고할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의뢰인 측이 먼저 선임료를 낮춰달라고 요청하면서 높은 성공보수를 제안했다”며 “결과가 나온 뒤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성공보수 금액도 조정해 준 상태였다”며 “누범기간 중 범행이었음을 고려하면 감형 폭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변호인 측은 성공보수 채권 확보를 위해 의뢰인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를 두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대부분 사건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보수가 지급된다”며 “일부 분쟁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선임료를 낮추고 성공보수를 약정해 놓고 결과 이후 이를 부정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형사 성공보수 제도의 정상화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내 의견 대립도 분분하다. 찬성 측은 변호사의 동기 부여와 의뢰인의 선택권을 강조한다. 성공보수 금지 이후 착수금이 상승해 초기 비용 부담이 커졌고, 현실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상 성공보수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제도권 내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형사사건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형사재판은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결과와 보수를 직접 연동하는 것은 사법 정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력에 따라 방어권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월 선고된 해당 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기존 전원합의체 판례를 유지할 경우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여전히 무효로 남는다. 반면 하급심 논리를 일부 수용해 사건별로 성공보수를 인정하면 10여 년간 유지돼 온 보수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지난달 23일 국회 토론회를 통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변호사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허용 여부와 함께 과도한 보수 약정을 통제할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향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형사사건 보수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