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으로 탈취됐던 압수 비트코인 320여 개가 6개월 만에 원 소유 지갑으로 되돌아왔다. 이를 회수한 광주지방검찰청은 국제 사법공조에 착수해 해킹범 추적에 나섰다.
다만 범인이 코인을 처분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반환한 경위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설날이던 지난 17일 오후 8시 6분께 분실됐던 비트코인 320.88개 전량을 회수했다. 검찰은 재탈취를 막기 위해 해당 코인을 즉시 거래소에 보관 조치했다.
해당 비트코인은 지난해 8월 압수물 보관 업무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시연을 하던 중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탈취됐다. 정상 콜드월렛 사이트와 동일한 외형을 갖춘 가짜 사이트였으며, 온라인 검색을 통해 쉽게 노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 1월 뒤늦게 분실 사실을 인지한 뒤, 관련 수사관 5명에 대한 내부 감찰을 진행하는 동시에 최종 이체 지갑을 특정해 국내외 거래소에 ‘자동 통보’ 동결 조치를 취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해킹범의 반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피싱 사이트 운영자와 도메인 등록 업체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동결된 코인을 처분할 방법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거래소를 통한 매도·매입은 실명 확인 계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6개월간 코인을 분산 이전하거나 현금화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상 가상자산 탈취 범행은 믹싱·분산 전송 등 이른바 ‘세탁’ 과정을 거쳐 추적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피싱 사이트를 통해 전자지갑 접근권한을 탈취해 비트코인을 이체한 구조라는 점에서 정보통신망 침입 여부가 쟁점이 된다.
피해 지갑 또는 관련 시스템에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로그인·복구·이체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침입)이 성립할 수 있다.
실제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니모닉 코드 등을 이용해 피해자 지갑을 복구·이체한 사건에서 정보통신망 침입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범들과 전자지갑 접근 방법과 탈취 가상자산의 세탁 방법을 모의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피해자 전자지갑에 보관된 가상자산의 범행 당시 시가가 약 143억 원에 달하는 등 범행 수법과 피해 규모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탈취한 가상자산의 소재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 다수의 전자지갑과 거래소, 가상자산 환전소를 이용해 수백 회에 걸쳐 거래를 반복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 정황도 없다”면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탈취 자산을 여러 무기명 지갑으로 분산 이전해 추적을 어렵게 할 경우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탈취된 코인이 원지갑으로 반환된 사실만으로 ‘은닉’ 성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환 이전 6개월간의 이동 경로와 세탁 시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피싱 사이트 주소지가 유럽으로 특정된 만큼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운영자와 연관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피해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보관 중인 압수물을 다시 탈취당할 위험은 없다”며 “공명정대하게 수사해 구체적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되찾은 320여 개의 비트코인은 2021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압수한 증거물이다. 다만 당시 압수 과정에서 사라진 나머지 1476개의 행방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싱 범행의 정확한 구조가 피해자 기망에 의한 이체인지, 직접 접근에 의한 무단 이체인지 여부와 6개월간 자금 이동 및 세탁 시도 여부, 그리고 피해액 산정에 따른 적용 법조와 가중처벌 가능성에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압수물 보관 체계의 허점과 가상자산 범죄 수사의 현실이 교차한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디지털 자산 관리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책임의 범위와 적용 법리가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