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지배력’ 도입에 산업계 혼란…기업들 로펌 자문 늘어

교섭단위 분리·복수 교섭 가능성…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넓히는 ‘실질적 지배·결정력’ 개념이 도입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해석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노조법 2·3조 시행 이후 기업들이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와 단체교섭 의무 등을 검토하기 위해 로펌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사업주가 사용자로 인정됐지만,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사실상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주체까지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임금 수준, 근로환경, 작업 방식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로 판단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원청과 하청 구조가 일반적인 제조업, 조선업, 건설업 등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는 직접 고용된 하청업체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협상해 왔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원청이 업무 지휘나 안전 관리, 임금 체계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평가될 경우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실질적 지배·결정력’의 판단 기준이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교섭 구조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도 참고 사례로 언급된다.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로도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또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존재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다”며 “이러한 예외적 사정에 대해서는 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하는 측이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선고 2022두53716 판결)

 

해당 사건에서는 교육공무직 가운데 ‘호봉제 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 사이에 임금체계 등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근로조건이나 업무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대법원은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단체교섭 체계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예외적으로만 인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교섭 구조 변화 역시 기업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은 복수의 노조와 동시에 교섭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교섭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전형적인 근로조건이 분쟁의 중심이었지만, 해고나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이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이전이나 외주화 추진, 생산 물량 조정 등 경영상 의사결정이 어느 범위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 인력 투입 범위 등 세부 기준 역시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로펌들도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등 대형 로펌은 노조법 개정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업 대상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도 대응 조직을 확대했으며, 법무법인 세종 역시 관련 태스크포스를 기반으로 단체교섭 대응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