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친구에게(경북북부제1교도소)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난 날짜를 여쭤보니, 그날은 네가 나에게 얼굴 보고 싶다며 연락을 했던 날이었어. 그걸 알고 나니 세상이 무너지더라. 너는 내게 나침반 같은 존재였는데, 네가 없어지니 임용 준비도 의미가 없어진 거야. 그렇게 꿈을 잃고 사회에서 방황하다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네.

 

사회에 있을 땐 너의 기일마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갔었는데…. 이곳에 오면서 찾아가지를 못하게 되니 그날이 오면 하늘만 올려다보게 되더라. 그러다 문득 이곳에서 바뀐 것 하나 없이 나간다면 먼 훗날 널 볼 면목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이 생각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 이곳에 와버리는 바람에 어릴 적 약속했던 소방관은 될 수 없게 되었지만, 이곳에서 남은 기간 나를 돌아보고 사회 복귀를 준비해서 출소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 거야.

 

먼저 떠난 너의 몫만큼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다가 만나러 갈 테니까,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나거든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못다 한 이야기도 실컷 나누자. 그 누구보다 선하고 정의로웠던 너를 잊지 않을게.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