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구치소 수감중인 000입니다. 1심에서 징역 ○○월을 선고받은 다음 항소하였고, 추가 건은 없습니다. 구속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월의 형기를 다 채우게 되어 항소심에서 구속취소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판사님이 “지금 재판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취소 결정을 해줄 수 없다”라고 말하며 구속취소를 불허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가기 위해 구속취소 외에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 구 A. 안녕하세요. 담장너머우체부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보니 미결구금 기간만으로도 1심 선고형을 다 채우게 되어 항소심 재판부에 항소심 선고 전 구속취소 신청을 하였지만 재판부가 구속취소를 불허하여 적절한 법적 대응방안을 문의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결구금에 관한 판례 태도를 살펴본 다음, 구속취소 불허 시 가능한 대응방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결구금의 의미와 평가미결구금이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최근 진행한 상담 중 쉽게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다. 상담자는 항소심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해 피해자 대다수와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구나 집행유예까진 몰라도 적어도 감형은 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고 한다.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합의를 했어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며 항소를 기각했다는 것이다. 상담자는 상고를 해서라도 결과를 바꿀 수 없겠냐고 했는데,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기대하시는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변호인 접견실을 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피해자와 합의를 했음에도, 단 1일의 감형도 허락되지 않은 이 판결 앞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판결인가?” 요즘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엄벌주의’가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자리 잡고 있다. 범죄 뉴스가 보도되기만 하면 댓들 창에는 빠짐없이 “무조건 세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언론도 분위기를 부추긴다. ‘합의로 형량을 줄이는 시대는 지났다’, ‘공탁으로 감형받는건 안 된다’는 식의 논조가 공공연히 소비된다. 이러한 기류는 이제, 실제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탁’만 했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분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 위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구치소에 계신 분들 중에는 사건이 이미 재판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지만, 이제 막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경찰조사를 마치고 검찰 조사를 앞둔 분들, 또는 아직 받고 계신 분도 많습니다. “내가 왜 구속된 건가요?”, “조사받을 때 진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처럼 막막한 질문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영장판사는 알려주지 않는 ‘진짜 이유’와 ‘팁(TIP)’에 대해 이번 글에서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사 절차에 대한 불안과 궁금함을 느끼시는 분들께, 이 글이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저는 얼마 전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발부되어 구치소로 오게 되었습니다.구속영장이 청구된 형사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A.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은 당연히 ‘구속 여부’에 대한 것입니다.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기각현황」을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요. 실제 수치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작년 2024년 한 해 통계를 보면, 총 21,469건에 대해 구속영
Q.안녕하세요. 지난 번 형집행순서 변경에 관한 기사를 읽고 질문드립니다.다름 아니라 저도 징역형과 함께 약 40억 원의 벌금을 병과받았는데, 벌금을 미납하면 가석방이 되지 않아 가석방을 받으려면 형집행변경을 통해 벌금에 대한 노역장유치를 먼저 해야 한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제가 교도소측에 형집행순서변경을 신청해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거부되었습니다. 거부 사유는 고액 벌금이라서 형집행변경이 안된다는데, 제가 알기로는 형집행순서변경 지휘는 검사의 권한인데 교도소 측에서 마음대로 거부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구 A.안녕하세요. 담장너머 우체부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지난 번 형집행순서변경에 관한 기사를 읽고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가석방과 관련된 내용이라 수형자분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이기 때문일 텐데요. 문의하신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첫째, 검찰에서 형집행순서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거부처분취소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둘째, 교도소 측에서 접수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검찰에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셋째,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어떤 내용을 신청서에 담아야
1심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항소심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억울한 마음에 무죄 주장을 그대로 밀고 가고 싶은 게 사람 심정이다. “나는 정말 결백한데, 1심 재판부가 왜 그 증거들을 제대로 보지 않았을까?”, “유리한 양형 사유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왜 이렇게 일방적인 판단을 했을까?” 이런 답답함은 항소를 결심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다. 결국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를 기준으로 항소심 변론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쯤 멈춰서 냉정하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2심에서는 무죄 주장이 통할 수 있을까?’.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을 2심에서 반복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항소 기각’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보는 건 사실관계 자체라기보다, 1심의 판단에 명백한 잘못이 있었는지여부다. 즉, 같은 이야기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죄에 부합하는 증거를 냈는데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주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재판부가 증거를 아예 안 보고 누락한 게 아닐까?’, ‘항소심 재판부는 다시 봐주지 않을까?’. 그러나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재판부는 증
Q. 저는 ○○교도소 ○○○입니다. 윤수복 대표님, 『더 시사법률』을 창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990년에 구속되어 사형을 확정받았고, 1998년에 무기형으로 감형을 받았습니다. 향후 가석방 심사 시, 형기 기산일이 1998년 감형일부터 적용되는지, 아니면 사형 확정일인 1990년부터 적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즉, 사형수였던 시점부터 형기 기간이 산정되는 것인지, 무기수로 감형된 이후부터 산정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현재 다른 무기수들은 구속일 기준으로 형기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저희 소 담당자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확실한 답변을 주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A. 가석방 심사 시 기산일(시작일)이 ① 1990년 사형 확정일 기준인지, ② 1998년 무기로 감형된 날 기준인지를 묻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대법원 1990. 9. 14. 선고 90모59에서는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된 경우 가석방 심사 시 형기 기산일이 언제부터인지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90모59 판결) 및 형법·사면법 등의 법리에 따르면: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경우,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기간(사형 집행 대기 기간)은 형의 집행기간으로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형사 재판의 숨겨진 함정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주장하시지만, 실무에서는 재판부가 경찰과 검찰, 즉 수사기관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쟁점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을 잘 모르고 대응하면 진짜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한 채 재판이 끝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법 조문상으로는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 재판에서는 의외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니, 지금 겪고 계신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글을 읽으시면서 천천히 짚어보시길 바랍니다. Q.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서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마약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꾀어낸 마수대의 수사 방식이 잘못된 것 아닌가요? 처벌을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A. 재판 과정에서 ‘함정수사’를 이유로 공소기각을 주장하는 장면, 종종 보게 됩니다. 피고인 측에서는 위법한 수사로 기소가 이루어졌으니, 애초에
변호인 접견 시간에는 대부분 사건과 관련된 논의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의뢰인과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갑자기 의뢰인들의 얼굴색이 나빠지면 걱정이 되는데 평소 지병이 있으시거나 날이 더운 여름엔 특히 걱정이 더 크다. 변호사와 의뢰인이라는 계약 관계로 만났지만 사건 논의를 위해 깊은 얘기까지 하다 보면 인간적인 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안에서 지내시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드는지 여쭤보면 공통된 답변이 있다.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다는 것이다. 십몇 년 전에 처음 구치소를 다니기 시작할 때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당장 유죄가 나올 수도 있고, 형량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본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아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당장 눈앞에 닥친 본인의 재판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있나. 당시 내 짧은 생각은 그랬다. 계절이 변하고 변호사로서 지낸 시간이 쌓여 가면서 이제는 그 말을 이해한다. 재판은 재판이고, 그와 별개로 안에서는 새로운 사회가 형성되고 각자가 적응하며 생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뢰인들이 같은 방 사람들과 지내기 편하다 하시면 나도 기분이 좋고, 안 맞아서 고생하고 있다고 하면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