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준호 변호사 다이어리] 의뢰인을 위해 변호사가 드리는 충언(忠言)

무책임하게 수임하는 변호사도 있어
현명한 의뢰인이 되는 TIP 두 가지
유사 사건 수행 경험과 결과 확인
결과 확답해달라는 태도 지양해야

 

얼마 전 당황스러운 상담 전화를 받았다. 로펌 두 곳과 상담을 했는데 양쪽 말이 너무 달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 번째로 우리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 상담한 곳은 경찰 단계에서 쉽게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두 번째 상담한 곳은 지금 당장 구속될 수도 있으니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인데도 입장이 180도 다르니 상담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담자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면, 코인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하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상태였다. 본인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서 코인을 구매하고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송금한 것인데, 이는 범죄 조직에서 수익금을 세탁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내가 놀란 이유는 상담자가 코인 구매를 위해 입금받은 돈의 액수와 수수료 때문이었다. 어림잡아도 50억 이상을 받아서 코인을 구매했고, 그로 인해 받은 돈이 한 달 동안 7천만 원 이상이란다. 그 과정에서 계좌 지급 정지도 여러 번 되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한 달 일하고 받았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일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돈의 출처에 문제가 없다면 지급정지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수사 도중 구속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였다.


이런 사건에서 너무나도 쉽게, 10분 전화 상담 후 무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변호사는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 일단 사건을 수임하고 나서 그다음에 상황을 설명하고 제대로 진행하려는 것이었을까? 그렇다며 그나마 다행이지만 솔직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거짓말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진실을 말할까 싶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올바른 전략을 세울 수 없고, 그 불이익은 모두 의뢰인에게 돌아간다. 나중에 상담자가 구속되고 나면 그 변호사는 접견이나 가서 “최선을 다했는데 아쉽습니다” 같은 책임감 없는 말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상담 사례 중에도 다소 충격적인 편인데, 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변호사 말만 믿고 사건을 진행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속 끓이는 분을 많이 만났다.


지금 변호사 선임을 알아보고 있다면, 속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두 가지만큼은 꼭 기억해달라고 조언하고 싶다.


첫 번째, 본인이 선임하고자 하는 변호사가 본인의 사건과 유사 사건을 얼마나 많이 수행했는지, 또 결과는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이론적인 설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고 해서 실제 사건을 잘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변호사보다 사무장이 설명을 더 잘하는 경우도 많다. 의뢰인과의 상담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론적인 내용도 그럴듯하게 풀어내면 의뢰인 입장에서는 사건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실전 경험이다. 법원에서는 내부적인 실무 기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파악 없이 형법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만으로 대응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건 수행 여부와 결과를 확인하고 싶다면, 그 변호사에게 수행한 사건의 판결문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두 번째, 변호사에게 결과를 확답해 달라고 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비현실적인 기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뢰인 스스로가 변호사에게 ‘속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이런 태도로 상담을 하게 되면 정직하게 상담하는 변호사보다 무리하게 결과만 장담하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런 확답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뢰인이 확답을 요구하게 되면 정직하게 설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변호사들은 오히려 당황하게 된다. 왜냐하면 형사 사건은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00%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일전에 상담했던 의뢰인은 1심에서 집행유예로 빼주겠다는 말에 다른 로펌을 선임했다.
나는 속으로 기가 찼다. 그 사건은 대법원 판사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1심에서 3년 6월을 받고 항소도 기각됐다고 한다. 결과를 확답하는 변호사를 찾은 결과가 이렇다.


속이는 변호사도 나쁘지만 일단 속지 않는 상담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위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유념하고 변호사 상담, 선임을 진행하길 바란다. 모두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