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조한 날씨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사건 두 건이 서로 다른 결과로 판결됐다. 한 사람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이웃 주민의 사망으로 금고형을 피할 수 없었다.
베란다 화재, 무죄 판결받은 30대 남성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생한 화재로 기소된 A(37)씨는 지난 4월 담배를 피운 후 제대로 끄지 않은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외출했다. 이후 쓰레기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주변으로 번지며 약 23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화재가 건조물 자체로 번져 독립적으로 연소할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상 실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불이 건조물 자체에 붙어 독립적으로 연소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화재는 쓰레기통과 주변 일부만 타고 건축물 자체에는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담배꽁초로 시작된 화재, 이웃 사망으로 이어진 60대 남성
반면, 전북 전주에서는 담배꽁초로 인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A(69)씨는 지난 3월 자신의 방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제대로 끄지 않고 재떨이에 버렸다. 주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았던 탓에 작은 불씨는 빠르게 번졌고, 화재는 순식간에 방 전체를 집어삼켰다.
불은 약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이웃 주민 B(69)씨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졌다. 또 다른 주민 2명도 부상을 입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고 1년의 원심을 유지하며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점,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형량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겨울철 화재 주의보, 작은 실수도 큰 피해로
소방청이 '2023년 화재발생 현황 분석'에 따르면 총 3만8857건 화재발생 원인 중 1위가 담배꽁초 투기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였다. 이처럼 담배꽁초가 화재 원인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건조한 날씨와 낮은 습도로 인해 작은 불씨도 쉽게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담배꽁초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방치될 경우 남아있는 불씨가 주변의 가연성 물질, 예를 들어 종이, 옷가지, 쓰레기 등으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난방 기기 사용으로 실내 온도가 높아지면서 화재 위험성은 더욱 증가한다. 또한, 창문을 닫고 생활하는 겨울철 특성상 불씨가 충분히 환기되지 못해 작은 불씨가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겨울철에는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 빈도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은 부주의가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완전히 끄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는 더욱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