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호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1년 경찰대를 졸업하여 경찰청, 서울동대문경찰서 등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가 경찰 재직 중 4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 38기로 수료하고, 법무법인(유) 로고스, 삼성증권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민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경찰 출신으로서 형사 변호사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나이대라면 ‘폴리스’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잘 아실 겁니다. 저도 어릴 때 ‘폴리스’를 보며 경찰대를 졸업해 경찰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 처음부터 변호사를 꿈꾸진 않았습니다.
목표대로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 간부로 활동하면서 형사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이 계기로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재직 중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후에도 경찰로 남아 있으려 했지만, 경찰을 하면서 1만 원을 훔쳐 구속된 소년범을 만난 일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소년의 눈빛을 보며, 처벌을 통해 결손가정에서 자란 이들을 단죄하기보다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삶의 기회를 되찾아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들어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3.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경찰 시절 경험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있나요?
아무래도, 경찰은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기 위한 역할이 주된 것이었다면,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를 위하여 피의자의 주장을 대변해주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를 수집하여 피의자가 억울하게 기소되어 처벌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역할이 주된 것입니다.

 

제가 경찰 재직 시절에는 피의자는 무조건 죄를 지었다고 단정하고 죄를 부인하면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보니 죄를 지었더라도 누구나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편협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의뢰인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듣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4. 형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건 뭐라 생각하세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형사사건에서도 첫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셔츠 단추야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가 실수를 알아차려 얼른 풀고 다시 올바른 위치에 끼우면 될 일이지만, 형사사건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첫 단계부터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180도 변합니다. 형사사거의 첫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게 경찰 수사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말을 자세히 귀담아 들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변론 방향을 잘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 단계부터 잘못된 변론방향으로 주장을 하다가 나중에 잘못된 것을 깨닫고 다시 번복을 하게 되면 이미 잘못된 진술들이 조서에 남아 기록에 첨부되기에 재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경찰 수사단계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반드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5. 검찰송치 이후 경찰출신 변호사로서 강점이 무엇인가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불송치결정권이라는 권한이 있어 경찰에서 수사를 한 결과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때 불송치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경찰에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다면, 이는 경찰에서 수사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것이고, 검찰 역시 경찰이 수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것인지 판단하고, 만약 경찰에서 수사한 결과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바로 기소를 하게 됩니다.

 

경찰 출신 변호사로서, 검찰에 송치된 사건 역시 경찰에서 수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증거에 기하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잘 파악할 수 있고, 경찰의 기소 의견을 뒤집기 위해 경찰이 혐의 입증에 사용한 증거를 탄핵하는 증거들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변론 활동을 통해 기소의견을 뒤집고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기소 범위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6. 경찰에서 진술한 조서를 증거 채택을 원하지 않을시 판사가 실제 조서를 열람 못하나요?
경찰 뿐 아니라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내용부인을 하면 증거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판사가 이를 증거로 쓸 수 없어 해당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 공판검사는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피고인신문을 통해 그대로 현출시켜 경찰,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는데 지금 왜 진술을 번복하느냐는 식으로 판사로 하여금 피고인이 현재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탄핵을 하여 어떻게든 유죄를 입증하려는 변론을 하게 될 것입니다.

 

 

7. 경찰대를 졸업하셨으니, 일반 대학보다 선후배 간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경찰대 출신 현직 판사나 검사분들도 많이 계신데,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만나신 적이 있나요?

이러한 관계가 사건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로서, 경찰 내부 뿐 아니라 현직 판사나, 검사로 활동하는 동문들도 상당수 있고,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만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사건대로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경찰대 동문이나 친분이 있는 판사나 검사를 만나더라도 절차적인 배려는 해줄 수는 있어도, 사건의 결과는 증거에 따라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사건을 봐주거나 하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8. 현재 법무법인 민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신데, 민은 다른 법무법인과 달리 경찰 및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점이 특징적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민은 경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형사 사건 분야에 강점이 있는 중견 법무법인입니다. 어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더라도, 각 수사 단계별로 다른 파트너 변호사들과 협업을 통해 의뢰인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많은 토의를 거치기 때문에 결과에 만족하는 의뢰인들이 많습니다.

 

 

9. 경찰에서 변호사로 전직한 이후 후회되신적은 없으신가요?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저는 경감 계급으로 퇴직했지만, 그때 경찰에 남아 있었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뢰인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해결해 나가며, 좋은 결과로 의뢰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제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되며, 지금의 삶에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10. 마지막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신속히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를 찾아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아무 변호사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고, 말을 잘 들어주며, 증거 관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일부는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변호사도 의뢰인과 함께 노력해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호흡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조건 전관 출신이나 검사, 판사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찾기보다는,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고, 체계적인 변론 계획을 세워줄 수 있는 변호사를 선택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