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카페 정보공개청구 남용 교정직원 식단표까지 청구… 교정 행정 마비

법무부 정보공개청구의 69.1%
교정본부… 본연의 업무 방해
수용자, 교정직원 식단표까지…
2차 가해성 글로 사회적 비판도

 

최근 교도소 수용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옥바라지 카페’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옥바라지 카페는 8년 전 수용자 가족 간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현재 회원 수가 4만여 명에 이르는 커뮤니티로, 교도소 식단표, 구매 가능 품목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가족, 지인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위키나무에는 이 카페에 대한 소개글로 ‘수용자, 가족, 연인, 지인들이 모이는 카페로, ‘옥바라지 카페’로도 불린다. 연인은 수용자를 ‘안쪽이’라 칭하며, 사회적 인식은 금지된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 게시되어 있다. 한편, 해당 카페는 일부 게시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언론사들은 해당 카페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기사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옥바라지 카페에 “요즘 서울구 장난 아니네요. 하필 안쪽이방 아래가 윤 모 씨기 ㅠㅠ. 위에서 쿵쿵 소리 난다고 윤 모 씨가 그래서 방이 깨졌대요. 정말 열받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건지ㅠㅠ. 윤 모 씨가 서울구에서 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해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의 가족이나 애인이 주로 활동하는 ‘옥바라지 카페’는 수용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허세를 부리며 교정당국 관련 허위 내용이 올라오는 온상”이라며 “이런 글을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곧 삭제됐다. ‘옥바라지 카페’의 올라오는 글은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한 회원이 “동생이 미성년자 성범죄로 수감됐다. 동생이 잘못했지만, 딸 키우는 입장에서 딸 단속도 잘해야 한다”는 2차 가해성 글을 올리자,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하며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17일 <더 시사법률>이 한 출소자를 만나 취재한 결과, 지난달 29일 옥바라지 카페에 올라온 글에 대해 출소자 A씨는 “교도소 안에서도 옥바라지 카페를 모르는 재소자는 없다. 대부분 가족보다는 애인들이 가입하는데, 매일 편지를 주고받다 보면 할 이야기가 없고, 내가 수감된 교도소에 유명인이 들어왔다고 자랑하며 으스대는 뭐 그런거…”라고 말했다.

 

본보는 지난 1월 2일 카페 회원의 제보에 따라 해당 카페에서 위법적 변호사 알선 혐의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운영 실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게시판은 카페의 취지와 거리가 먼 변호사 광고로 도배되어 있었으며,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카페 내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변호사 선임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 현재 대한변호사협회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또한, 수용자 가족카페가 교도소 내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과도하게 요청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카페 운영진은 교도소 내 교정직원, 수용자 식단표와 구매 가능 품목 등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정보공개 청구의 69.1%가 교정본부 관련 내용이다.

 

카페에서는 불필요한 정보 공개 청구를 당연시하는 문화도 조성되어 있었다. 카페 회원중 한 명은 “오늘 00구치소에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교체된 것 같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니 ‘왜 하냐’고 묻길래 ‘오늘 처음 오신 거냐’고 되물었다”며 교도관을 조롱했고 이에 다른 회원들은 “잘했다”는 댓글을 남기며 동조하고있었다. 심지어 카페 내 운영진이 특정회원에게 ‘스태프’라는 직함을 부여하며 정보공개청구를 독려하는 글들이 게시되어 있었다.


지난 1월 2일, 한 제보자는 <더 시사법률>에 “가족이 구속되면 당황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카페를 모르는 수용자 가족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카페로 유입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과거 카페 회원이었다가 탈퇴했으며, 자신도 처음에는 검색을 통해 수용자 식단표를 보고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한 수도권 교도관은 “일부 수용자들이 교도관들을 괴롭히기 위해 라면 지급 규정, 법무부 장관 표창 방법, 교도소 예산 내용, 도서관 장서 수 같은 비공개 정보까지 청구하는 상황”이라며 “수용자 각 거실에는 이미 식단표가 게시되어 있는데도 이제는 가족들까지 나서서 교정직원 식단표까지 정보공개를 요청해 본연의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옥바라지 카페의 또 다른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소자들이 “출소자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라며 경험담을 올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교도소 생활이 궁금한 가족들이 댓글을 남기며 대화를 이어가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들의 주장 중 절반은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또한, 일부 출소자들의 일탈도 지적 되고 있다. 일부 출소자들이 카페를 악용해 특정 수용자 가족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페 공지사항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회원 간 사적 만남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카페의 이러한 운영 실태는 결국 교정본부에 부정적 인식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가족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취지를 넘어서 교정 행정에 혼란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와 가족들의 일탈과 행위는 결국 수용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예컨대 일부 일간지를 통해 광고된 옥바라지 수발업체가 불온서적을 반입하고 불법 도박을 조장하자 법무부는 교정 인터넷 편지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한, 마약 반입 시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2025년 3월 1일부터 수용자 의약품 반입 절차를 변경하기로 했다.


전직 교도관은 <더시사법률>과의 인터뷰에서 “교도관은 수용자들과 함께 징역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을 이해하고 가족처럼 대하려 노력하지만 법무부는 교정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카페의 정보 공개 청구가 순수한 의도가 아닌 회원 유입을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법무부와 교정 당국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시사법률 임예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