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집행유예’라며 수임… 교정시설 법률 서비스 피해

 

승소 장담, 자백 유도, 일정 불참
재소자 상대 불성실 변론 실태

 

“다른 사건 판결이 안 좋아 술을 마셨다. 그래서 조사에 못 갔다.”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B 씨는 검사 출신 A 변호사에게 들은 해명이다. 재소자 B 씨는 1심 재판 도중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자 A 변호사에게 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검찰 조사 동행을 요청했지만, 조사 당일 A 변호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B 씨는 수임료 반환을 위해 충북변호사협회에 진정을 하였으나 기각됐다. 충북변호사회는 본지에 “불출석은 불성실로 보기 어렵고, 금전 반환은 민사 쟁점”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법원도 불성실 변론의 기준에 대해 “변호사가 소송 수행 과정에서 직무상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단순히 변론기일 한 번 불출석했거나 소송 결과가 나빴다고 불성실 변론으로 볼 수는 없다”(서울중앙지법 2022나29920 판결)는 입장이다.


현재 B 씨는 이에 불복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2일 <더시사법률>은 교정시설 재소자들로부터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를 접수했다. 지난 2월부터 받은 제보들을 분석한 결과 ‘불성실 대응’과 ‘승소 장담’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제보에 따르면, 일부 변호사들은 수임 전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벌금형으로 끝난다”, “무죄가 될 수도 있다”며 결과를 장담하고 사건을 맡았다. 수임 이후에는 의뢰인에게 자백을 유도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기본적인 재판 일정에조차 출석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하지만 변호사가 수임 전 승소를 장담했더라도, 교정시설 내에선 변호사와의 접견 내용을 녹취할 수 없어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제약이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피해를 반복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교정시설 재소자들의 피해는 결국 법률 서비스 시장 전반의 불성실 변론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린 징계 중 ‘성실의무 위반’이 53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102건으로 확인됐다. 징계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2년 35건에서 2024년 206건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법률 서비스 피해 신고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피해 신고가 가장 많은 로펌은 법무법인 대륜(49건), 법무법인 YK(39건), 유스트(17건) 순이었고, 피해 유형은 위임계약 불성실, 재판 일정 불참, 설명 부족 등이었다. 지난 3월 본지가 보도한 B로펌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며, 교정시설 재소자들의 제보가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판사 출신의 김수엽 법무법인 JK 대표변호사는 “변호사 배출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리한 수임과 승소 장담이 늘고 있다”며 “재판 결과는 판사에 따라 사실관계의 해석이나 양형 요소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쟁점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장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뢰인은 변호사와 계약 시 수임 범위와 역할, 비용 및 해지 조건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불성실 변론을 막기 위해 변호사 징계를 강화하고 징계 결과 공개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변호사법상 징계 결과 공개는 과태료 6개월, 정직 1년, 영구제명·제명은 3년 등으로 제한돼 공개 기간이 지나면 의뢰인들은 해당 변호인의 과거 징계 내역을 알기 어렵다.

 

또한 ‘재판 노쇼’로 알려진 권경애 변호사 사건처럼 불성실 변론을 형사적으로 문제 삼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업무상 배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선 변호사가 사전 동의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면 징계 사유로 삼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권경애 방지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