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님, 교정본부장님께 드리는 글 (남부교도소)

 

존경하는 법무부 장관님, 그리고 교정본부장님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26년째 수용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무기수입니다.

 

지난 오랜 세월 제가 지은 무거운 죄악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남은 삶은 오직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습니다.

 

중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이곳에 왔지만 스스로에게 벌을 주어 죗값을 치르기 위해 검정고시 합격, 방송통신대 재학, 수십 개의 자격증 취득 등 쉬지 않고 저 자신을 채찍질해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법무부의 도움으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시간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내려 노력한 결과 7년 전부터는 S1·R1 등급을 유지하며 단 한 번의 징계 없이 수형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수라는 원죄로 인한 엄중관리대상자 분류 하나만으로 모든 처우 심사에서 자동 제외되는 굳건한 벽 앞에서 때로는 깊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자율사동, 중간처우의 집, 희망센터 등 교정본부에서 시행하시는 훌륭한 제도들이 재범 방지와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엄중관리대상자들에게 보안상, 국민 정서상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깊이 통감하고 당연하게 여깁니다.

 

저와 같은 무기수들이 감히 국가의 제도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요구할 자격조차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 제도를 바꿔 달라 기회를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십수 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교정에 순응하며 죗값을 치러온 시간들이 아주 작은 심사의 기회라는 가느다란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조심스레 올려다볼 뿐입니다. 제도와 법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감히 무엇을 해달라 청하지 못합니다.

 

다만 평생을 철창 안에서 속죄하며 살아갈 수많은 장기 수용자들이 체념과 절망이 아닌 갱생의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장관님과 청장님의 넓은 아량과 혜안에 모든 것을 맡긴 채 묵묵히 속죄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남은 생 마땅히 짊어져야 할 죗값을 달게 받으며 바르게 살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