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창틀에 머무는 계절 (서울구치소)

 

좁은 창틀 사이로

또 한 번 무심한 계절이 흘러갑니다.

담장 너머 피고 지는 꽃잎들을 보며

제가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무엇을 그토록 쥐려 살았을까

숨 가쁘게 쫓아가던 신기루들은

결국 이 작은 벽을 넘지 못하고

바람결에 모두 흩어져 버렸고

 

어둡고 고요해지는 밤이 오면

어리석고 가볍던 발걸음이

누군가의 평온했던 마당에

얼마나 시리고 아픈 발자국을 남겼을지

가슴이 먹먹해져 오래도록 뒤척입니다.

 

내리는 빗물에 얼룩이 씻겨가듯

저에게 주어진 이 멈춰진 시간 속에

모나고 가시 돋쳤던 마음들을

조용히 그리고 둥글게 닦아내어

 

언젠가 다시 벽 너머 바람을 마주하는 날에 

더 이상 누구의 일상도 흔들지 않는

그저 소리 없이 따뜻한

볕에 달궈진 묵묵한 돌로 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