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A 씨가 <더 시사법률>에 네트워크 로펌 ‘L’의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A 씨는 “억울하고 참담한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자신이 겪은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특경법상 횡령과 절도 혐의로 2024년 9월 2일 구속됐다. 5년 가까이 모셨던 사장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폭행을 당하다, 분노가 폭발한 날 현금 5억 원을 심부름해오라는 지시를 받고 그 돈을 챙겼다. 이후 사장의 집에 들러 산삼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고 방문해 추가로 현금 9,000만 원과 고가 시계 3점을 챙겨 그대로 잠적했다. 총 피해금은 약 11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사건 직후 그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최상단에 노출된 네트워크 로펌 ‘L’을 찾았다. “합의 대행과 변호를 포함해 1억 원이면 합의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계약했다. 이후 로펌이 참고인 조사에 불과한 친구 관련 건으로도 7,700만 원을 요구해 A 씨는 총 1억 7,700만 원을 지급했다.
로펌 측은 “구치소 안 다른 사람들 말은 듣지 마라, 다 사기꾼이다”라는 말까지 하며 신뢰를 강요했다.
결국 1억이면 합의가 가능하다는 로펌의 말과 달리 합의를 보지 못하고 1심에서 징역 7년 구형에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합의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변호인은 “1심 판결을 먼저 받아보고 2심에서 형을 깎겠다, 2심 선임 비용은 추가로 더 내야 한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A 씨는 믿음을 잃었고, 결국 항소심에서 다른 변호사(정관 출신)를 새로 선임했다.
2심에서는 피해자와 일부 합의가 성사됐다. 고가 시계 3점과 현금 1억 원을 돌려주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서와 합의서를 받아 제출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감형 사유가 생긴 셈이었다.
그러나 2심 선고일, 법정에서 들은 판결은 충격 그 자체였다. “기각.”
A 씨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재판장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며칠 뒤 받아본 판결문에는 ‘기각’이라는 두 글자만이 선명했다. 알고 보니, 항소심 재판부에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변호를 맡은 전관 변호사는 “서류 누락은 가끔 있는 일”이라고만 했다. A 씨는 허무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상명령도 기각됐고, 판결문엔 ‘1심과 동일’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습니다.”
현재 그는 대법원 상고심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초범인데도 5년이면 너무 무거운 것 같습니다. 5년 뒤면 서른일곱이나 서른여덟이 되는데, 그때 나가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더 마음 아픈 건 부모님에게 실형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맞벌이 장사하시는 부모님이 들으시면 정말 쓰러지실 것 같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합의 들어가면 집행유예가 될 수 있다고만 알고 계십니다.”
“너무 답답해서, 너무 속상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한순간 욱한 감정으로 들어오지 말았어야 할 곳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더 시사법률’을 꾸준히 구독하며 마음을 붙잡고 있다고 했다. “신문을 볼 때마다 작은 힘이 납니다. 이렇게라도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상고심에서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특히 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 누락 등은 파기환송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변호인이 제대로 제출했는데 ‘재판부’에서 서류를 놓쳐서 합의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고, 그것이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여야 한다”라고 하며, “만약 단순히 ‘변호인’이 서류를 누락한 경우에는 상고 사유가 되기 어렵고 이 경우는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