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이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된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수십 년간 지적돼 온 항소심 제도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심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정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광주고법은 20일 광주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항소심 재판 발전 방향 모색’ 간담회를 열고, 광주 법원 민사항소심 재판연구회가 약 한 달간 분석한 항소이유서 제도의 실무 성과를 공유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의영 광주고법 부장판사(연수원 32기)는 “항소심은 더 이상 1심 재판을 반복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번 제도는 항소심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실질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해당 제도는 항소장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항소인에 대해, 접수 통지일부터 40일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제출하지 않거나, 직권조사 사안이 없는 경우 항소는 각하된다.
이 판사는 “제출기한은 1회 연장이 가능하나, 연장 신청은 반드시 기한 내에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 법원 재량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소이유도 단순히 ‘1심 판결이 부당하다’거나 ‘변호사 선임 중’ 같은 문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이고 특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며, 변호사들도 이에 대한 실무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영 판사는 새 제도에 대해 “무익한 변론 속행을 줄이고 심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권리구제에 집중하는 재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제도의 성공은 결국 당사자의 제도 인지에 달려 있다”며 “신속 재판과 당사자 권익 보호라는 두 가치의 균형은 재판부가 사건 내용을 충분히 들여다보며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설범식 광주고법원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민사 항소이유서 제도의 실질적 정착은 법원과 변호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갖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절차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실무 적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신뢰받는 사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