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헌금 횡령 사건에 ‘고해성사’ 논란…법정 증거로 쓸 수 있나

광주대교구 “고해성사 아닌 면담 과정에서 자백”
종교상 비밀 보호와 형사 증거능력 논란...

 

성당 헌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암호화폐 투자에 활용한 60대 사무장이 업무상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횡령 규모와 함께 종교적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진술의 증거 활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법적 쟁점도 제기되고 있다.

 

목포경찰서는 성당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횡령)로 60대 사무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성당 건축과 토지 매입을 위해 모인 헌금 약 4억8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자금은 신도 약 1000명이 성당 건축을 위해 모은 기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성당 회계와 행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계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꾸민 뒤 지인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빼내는 방식으로 돈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횡령한 자금 대부분을 암호화폐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온라인에서 운영되는 이른바 ‘코인 리딩방’에 참여해 투자했다가 자금을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헌금을 투자에 활용한 뒤 다시 채워 넣을 생각이었지만 욕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범행 사실이 고해성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그러나 광주대교구는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다.

 

교구 측은 “매달 진행되는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자 A씨가 주임 신부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성당 사무실에서 횡령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교회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점검과 개선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법조계에서는 범행이 종교적 상담 과정에서 드러났을 경우 해당 내용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49조는 종교 직에 있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대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해성사와 같은 종교적 비밀이 이에 해당할 경우 성직자가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 관련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수사기관 진술서를 형사소송법 제314조로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진술 자체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드러난 단서를 토대로 계좌 추적이나 회계 자료 확보 등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될 경우 별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형법상 업무상횡령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를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이 성립하며, 업무상 보관 지위에서 범행이 이뤄질 경우 가중 처벌된다.

 

횡령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 이 법은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횡령액은 약 4억8000만원으로 해당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다. 다만 추가 횡령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A씨의 계좌 거래 내역과 자금 흐름을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 규모와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