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는데, 사건에 대해 변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 기록도 가져다주겠다고 해놓고 끝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제 사건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스스로 사임해 버렸습니다.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불성실한 변론을 이유로 교체를 요청하는 경우는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국선변호인 본인이 일방적으로 사건이 어렵다며 사임한 경우, 이런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진정이나 문제 제기할 방법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정말로 인정사건이나 쉬운 사건만 맡는 게 국선변호인 제도인지 답답합니다. 국가에서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라는데 해도 너무한 것 같습니다.
A. 국선변호인은 사선변호인과 달리 자유롭게 사임할 수 없으며,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 형사소송규칙」 제20조는 국선변호인이 사임할 수 있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 질병 또는 장기여행으로 직무 수행이 곤란할 때
▶ 피고인으로부터 폭행, 협박, 모욕 등을 당해 신뢰관계 유지가 불가능할 때
▶ 피고인으로부터 부정한 행위를 종용받았을 때
▶ 그 밖에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형사소송규칙 제20조 제3항)
의뢰인의 경우, 국선변호인은 ‘사건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위 제4호의 ‘상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입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기본적인 직무는 의뢰인의 사건을 파악하고 법리적으로 조력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사건이 복잡하거나 어렵다는 것은 변호사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영역이지, 직무 수행을 포기할 ‘상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법원이 이러한 사유를 근거로 사임을 허가했다면, 이는 변호인의 사임 의사를 폭넓게 존중한 결정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의뢰인의 사건을 담당했던 국선변호인의 태도는 변호사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