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번 프로포폴 사건 또한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상습 투약’,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사정이 있었다. 의뢰인은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미용을 배우며 성실히 일하던 그는 불면과 불안, 우울에 시달리다 시술 과정에서 처음 수면마취제를 접했다.
그날 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그 약만 맞으면 잠을 잘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혔다. 처음엔 단 한 번이었지만, 어느새 병원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약물을 맞는 일이 습관처럼 이어졌다. 결국 1년 넘게 7곳의 병·의원에서 60회 이상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마약류관리법은 향정신성의 약품의 상습 투약을 엄격히 처벌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프로포폴이 의학적 목적 이외로 사용될 경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단순 사용이라도 투약 동기와 경위, 사용 횟수에 따라 실형이 가능하다고 본다. 의뢰인의 경우 투약 횟수도 많고 기간도 길었기 때문에, 통상이라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필자는 다른 점에 주목했다. 그는 쾌락을 위해 약물을 사용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학교폭력과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했고, 반복되는 불면과 우울 속에서 단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즉 의학적 치료의 연장선에서 의존이 심화된 경우였다.
변호사는 법이 아닌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이 사건을 단순한 ‘투약 범죄’로 보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야만 진정한 변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행위의 불법성’에 매몰되기보다는, 피고인을 어쩔 수 없게 만든 ‘의존의 맥락’을 읽기로 한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에 피고인의 마약류 약물 사용 행위가 어떤 심리·의학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까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심리상담 기록, 약물 의존 평가서, 치료계획서, 그리고 반성문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단순히 선처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뢰인의 행위가 ‘치료가 필요한 의존 상태’에서 비롯되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마약 사건 수사에서는 통상 ‘투약 횟수’가 양형의 핵심 지표가 된다. 그러나 형법은 행위자의 책임을 평가할 때 행위의 사회적 위험성과 함께 주관적 동기를 고려한다(형법 제51조 참조). 필자는 이 조항을 근거로 “의뢰인은 불면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며, 쾌락 추구나 경제적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득했다.
또한 검찰 면담에서는 “이 사건은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한 사례”임을 강조했다. 마약 분야 공인전문검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많은 마약 사건을 다뤄왔던 검사 시절의 경력을 살려 전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결국 검사는 의뢰인의 반성과 재활 의지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형식적으로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띄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그는 사건 이후 꾸준히 심리치료를 이어가며, 약물 의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 수사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증거보다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 마약 사건은 단순히 ‘얼마나 투약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랬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 점을 놓치면 사건은 사람을 잃고, 남는 것은 숫자뿐이다.
법정은 처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이해’가 결과를 바꾼 사례였다. 의뢰인의 진심을 믿고,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호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형사 변호의 본질은 ‘죄를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