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향후 민사소송 전반의 손해배상 및 위자료 산정 기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6일 선고된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지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두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린 점,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방기한 점 등을 근거로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다”며 위자료 20억 원을 인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반적인 위자료 액수가 민사소송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인데, 사망사고조차 상한선이 1억 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하급심에서도 위자료를 현실화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 전문 B 변호사도 “그간 위자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내부 인식이 있었다”며 “이혼뿐 아니라 일반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실질적 배상 원칙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위자료 산정 실무 개선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법원 내에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가 신설돼 위자료 산정 기준 현실화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는 등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재벌가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된 예외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반 민사사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기업사와 정치사까지 얽힌 특수한 케이스”라며 “이번 판결만으로 아예 위자료 판도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노 관장이 김희영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별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김 이사와 최 회장이 공동으로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돼, 이번 위자료 판결에서 추가 심리가 이뤄지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 변호사는 “이미 김 이사가 위자료를 지급한 상태라, 공동 불법행위자인 최 회장의 위자료를 다시 파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