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나의 아내(춘천교도소)

 

To. 사랑하는 나의 아내

 

흔한 안부조차, 인사조차 당신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건네기가 미안한 마음이야. 부부란 평생 의지하고 감싸줘야 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너무나 큰 짐을 떠안기고 온 것 같아서 죄스럽기만 해.

 

2024년 당신은 혈액암이라는 큰 병을 진단받고 혹여나 나에게 짐이 될까 봐 숨기고 있었지. 많이 수척해진 모습에도 그냥 몸이 좋지 않은 것이려니 하고 무심코 넘겨버린 나 자신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내가 갑자기 구속된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하기 위해 분 주하게 뛰어다니던 당신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은 형기를 교도소에서 버텨보겠다는 말을 내가 꺼냈을 때 당신은 단호한 눈빛으로 그것만은 안 된다고 했지. 나는 그 순간에도 가장답지 못했고, 남편답지 못했어.

 

어느 날 접견을 와서 해맑은 미소로 “여보, 전에 일하던 식당에서 다시 일하라고 했어”라며 나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당시에는 당신 마음 아플까봐 애써 미소만 지었지만 거실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오열하다시피 눈물을 흘렸어.

 

여보! 나는 수용생활을 통해 본질을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야. 내가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는 중이지. 당신과 잘 살아가기 위한 걱정이 아니라, 잘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

 

당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힘이 되었듯이 앞으로 나도 당신에게 건넬 말 한마디에 존중과 사랑을 담을게. 이 순간이 우리 삶의 전환점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당신을 벼랑 끝이 아닌 넓디 넓은 포근하고 푸른 초원 위로 데려가고 싶어.

 

그곳에서 당신의 손을 잡고, 곁에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당신의 삶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 될게. 사랑해. 당신의 남편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