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가 보자(서울동부구치소)

 

안녕하세요. 저는 1년 3개월간의 긴 재판 끝에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아 남은 20대를 교정 시설에서 보내게 된 20대 중반 수형자입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비관하여 포기하려 하는 이에게 제 사연을 전합니다.

 

저는 유아기 때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정서적 불안과 슬픔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제대로 돌봄 받 지 못한 채 몸만 커져버렸고, 보호받고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가족들은 제게 한 번도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들은 많아지고 가정불화에서 벗어나긴 좀처럼 쉽지 않아 매일이 지옥 같았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가 다치는 소동이 날이 갈수록 잦아졌고,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는 걸 볼 때마다 치가 떨렸습니다.

 

가족 때문에 끌려다니는 시간이 많아져 학업도, 직장도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고 문득 ‘이러다가 서른이 넘어도 못 벗어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무력감과 비참함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어느 날 팔과 다리를 비롯해 어머니의 온몸에 멍이 든 걸 보고 잘 참고 견뎌왔던 마음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결국 제 생일 전날 회사 승진을 앞둔 술자리에서 잔뜩 취한 채로 귀가해 아버지를 해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변에 충격과 함께 깊은 상처를 안겼고,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게 돼버렸습니다.

 

‘가족을 해친 범죄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저를 따라오며 괴롭게 할 거란 생각에 세상을 등질 결심도 했었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점차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이 각자 다른 이유로 다양한 무게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 뒤 완전무결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라도 지난 상처를 마주하며 나 자신을 돌보기 시작 하니 ‘그래도 살아가 보자’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아픈 기억들은 충분히 내면의 대화를 거쳐 애도하고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너무 지치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삶을 포기하기에는 돌봄 받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내 삶을 나마저 포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억울했습니다. 자기 인생이 ‘가망 없는 손상된 인생’이라 느끼신다면 기억해 주세요.

 

누구도 자기 삶을 대신 돌봐주지 않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스스로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려 주세요. 끝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살아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