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범인데 집행유예 가능? 교도소 수용자 상대 불성실 변론 도마

최근 10년 변호사 징계 300% 증가
수용 의뢰인 ‘정보 사각지대’에 있어
피해 시 지방변호사회 진정 나서야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거나 재판 대응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불량 변호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접견과 통신이 제한된 교정시설 수용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제보자에 따르면 형사 전문 A변호사는 의뢰인이 누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보석 가능성까지 언급한 뒤 수임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A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변론기일을 일주일 앞둔 접견에는 다른 변호사가 나왔고 재판 당일에도 또 다른 변호사가 대신 출석했다”고 했다. 이어 “누범 기간인데도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믿었지만 불성실한 대응에 대해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누범 기간 중 범한 범죄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 헌재는 2020년 결정에서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집행유예 결격 규정이 재범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형사정책적 판단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본지는 제보 내용과 관련해 해당 변호사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 수행 사례가 반복되면서 변호사 징계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6건으로, 대한변호사협회가 1996년 징계권을 이관받은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51건)과 비교해 30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변호사 수는 1만 8708명에서 3만 5647명으로 약 90% 늘었다.

 

최근 12년간 추이를 보면 징계 건수는 2012년 35건에서 2016년 188건으로 급증한 뒤, 2020년 85건, 2021년 46건으로 감소했다.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2022년 169건, 2023년 154건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200건을 넘어섰다.

 

징계 사유별로는 광고 관련 위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한변협 징계사례집(제6판)에 따르면 2013~2014년 광고 위반 확정 징계는 4건에 불과했으나, 2023~2024년에는 101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102건, 성실의무 위반은 53건으로 집계됐다.

 

개별 사례에서도 변호사의 불성실 문제는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대한변협 징계 내역에 따르면 B변호사는 수임계약에 포함된 사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C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고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채 의뢰인에게 허위 사실을 고지해 같은 금액의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D변호사가 수임료를 받고 소장만 접수한 뒤 소송비용을 납부하지 않아 각하가 확정됐고, 사건 진행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이 문제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의뢰인의 경우 사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변호사의 설명을 교차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신이 제한되고 재판 기록 열람도 쉽지 않아 변호사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를 악용해 과장된 전망이나 사실과 다른 안내가 이뤄질 경우, 수용자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사건 진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의뢰인은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진정서 처리 규정에 따르면 진정은 원칙적으로 한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며, 방문·우편·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접수가 가능하다. 이때 사건 경과를 입증할 수 있는 소명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의뢰인은 구조적으로 정보 비대칭 상황에 놓여 있다”며 “변호사가 과장된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잘못된 법률 설명을 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단이 없어 피해가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유예 가능성처럼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법리를 보다 엄격하고 충실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의뢰인의 취약성을 고려해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기록 열람과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