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 전반에 마약류가 깊숙이 침투하며 청소년과 대학생은 물론 군대까지 마약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마약이 치료제이자 각성제, 미용 수단으로까지 활용되는 실태가 확인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 붕괴가 마약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일연구원은 지난 28일 탈북민 45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담은 ‘북한인권백서 2025’를 공개했다. 북한인권백서는 탈북민 증언과 북한 법령 자료,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문서 등을 종합해 매년 작성되는 정례 보고서다.
백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빙두(필로폰의 북한식 표현)가 북한에서 사실상 생활용품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잠을 안 자도 정신이 맑아진다”, “비염이 낫고 기관지에 좋다”는 말이 퍼질 정도로 대중화됐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밤샘 공부를 위해 각성제로 활용하고, 일부 부유층은 유흥과 쾌락을 목적으로 빙두를 즐긴다는 증언도 나왔다.
마약 사용은 청소년층까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민은 “마약은 10대들도 사용한다. 학교에 가면 ‘한 코 했어?’라고 아침 인사를 할 정도”라고 증언했다. ‘한 코 했어?’는 코로 마약을 흡입했느냐는 뜻의 은어다.
지역별로는 함흥이 대표적인 마약 집산지로 지목됐다. 복수의 탈북민은 “함흥은 빙두촌”, “지하경제로 빙두가 유명하다”고 말했으며, 북한 화학산업의 중심지인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한 탈북민은 “집집마다 얼음을 많이 하고 개인들이 빙두를 제조한다. 함흥에서는 두부 만들 듯이 만든다”고 전했다.
2019년 탈북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쌀 사먹을 돈은 없어도 마약할 돈은 있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군대에서도 마약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으로 단속되면 형량이 세지만, 마약을 다루는 사람들 상당수가 돈 있는 사람이라 무마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빙두가 미용과 다이어트 용도로 쓰인다는 증언도 나왔다. 빙두를 태워 나오는 김을 얼굴에 쐬면 피부가 하얘진다며 미백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체중 감량을 위해 복용하는 사례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서는 북한에서 마약류 오남용이 확산되는 근본 원인으로 심각한 의약품 부족 문제를 꼽았다. 국가 차원의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상치료제는 형식만 남았고, 약품 구매와 의료서비스 이용에 드는 비용 대부분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공적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않고 개인의사를 찾거나 개인 약국에서 직접 약을 구매해 복용하는 현상이 보편화됐으며, 이로 인해 오진과 의료과실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감정이나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빙두나 아편 등 마약류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오남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북한은 사회에 확산된 마약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2021년 7월 마약범죄방지법을 채택했다. 이 법은 마약범죄를 “사람들을 정신육체적으로 변질·타락시키고 국가사회제도의 정치적 안정을 파괴하는 극히 엄중한 행위”로 규정하고, 일부 조항에서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전반적인 인권 상황 역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백서는 북한 주민의 시민·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취약계층 권리 실태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열악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체제 특성으로 자유권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 경제난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강조해 온 사회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보건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보건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