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첫 편지(전주교도소)

 

처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본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조그맣고 나를 닮은 너를 두고 난 무책임하게 집을 나와버렸지. 본래 1년의 별거를 약속했지만, 세월은 기약 없이 10년이나 흘러버렸다.

 

달력을 헤아려 보니 벌써 너는 성인이 된 지 한참이더구나. 이곳에 와서 네 또래 정도 되는 사람들을 보면 왜 이리 마음이 가는지…. 은연중에 나는 너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밖에 있을 땐 뭔가 준비가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은 벌써 다른 가정을 꾸렸는데 내가 나타나면 마음의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

 

또 지금의 내 초라한 행색으로 인해 서로 마음만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그러나 이젠 모든 걱정을 다 걷어버리고 서로 눈을 마주한 채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들, 나 또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단다. 내성적으로 자란 탓에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어. 그런 전철을 밟아보았기에 이혼만큼은 절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혼자만의 다짐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구나.

 

훗날 아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너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 그래도 가슴을 열고 만나 진심 어린 눈 맞춤도 하고, 막혀 있던 대화의 물꼬를 터보고 싶은 것이 아비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빠로서 못 해준 것들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해본들 위로가 되지는 않을 거란 걸 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아빠는 너를 많이 그리워하고 또 사랑했는데, 그 마음이 너에게 닿아 네가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아빠도 옛날에는 작은 아이였단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였던 시절의 세상과 네가 아이로 살아간 세상은 분명 다르기에, 네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음을 안다. 그래도 아들, 나는 화해와 용서가 세상을 좀 더 살 만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어.

 

어떤 이들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도 해.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니? 나는 내게서 네게로 세대가 이어진 것에 감사할 뿐이다.

 

네가 훗날 나를 알게 되는 날, 좀 더 떳떳한 사람이 되어 마주할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할게. 네 아빠가 죽지 않았고, 여기에서 너를 한결같이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살아가 볼게.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아들.

 

재호 아빠가